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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 공개항명...백악관 “지금까진 그가 국방장관” 경질 경고

에스퍼 공개항명...백악관 “지금까진 그가 국방장관” 경질 경고

Posted June. 05, 2020 09:45,   

Updated June. 05, 202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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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종차별 항의 시위 대응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내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연방군을 투입해 강경 진압하겠다’는 대통령 방침에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반기를 들자 백악관은 에스퍼 장관의 경질설로 맞섰다. 군 내부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까지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충복으로 분류돼온 에스퍼 장관이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항명하자 백악관은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3일(현지 시간) ‘에스퍼 장관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까지는 그가 국방장관이다. 대통령의 신뢰를 잃으면 알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NBC방송은 백악관이 에스퍼 장관의 군 투입 반대 발언에 대해 ‘선을 넘었다’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CNN 역시 트럼프 대통령,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집권 공화당 의원들이 모두 에스퍼 장관의 발언을 반기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이자 재직 당시 존 켈리 전 비서실장 등과 함께 ‘어른들의 축’으로 불리는 매티스 전 장관은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에 “트럼프는 미국인들을 통합시키지 않고 그러려고 노력하지도 않은 첫 대통령”이라며 “그가 우리를 분열시키고 있다. 지난 3년간 성숙한 지도력이 부재한 결과를 목격했다”고 맹비난했다.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군 문제로 대통령과 이견을 보이다가 2018년 말 사퇴한 그는 “군대가 대통령의 기이한 기념사진을 제공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 권리를 침해하는 명령을 받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매티스는 세상에서 가장 과대포장된 장군”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에스퍼 장관 양측의 오락가락 행보 또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 인터넷매체 뉴스맥스 인터뷰에서 “연방군 투입은 상황에 달려 있다.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며 “우리에겐 30만 명이 넘는 강력한 주 방위군이 있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의 항명에 놀란 대통령이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반면 에스퍼 장관은 워싱턴 인근에 배치됐던 200명의 82공수부대 병력에게 노스캐롤라이나 포트브래그 기지 복귀 명령을 내렸다가 번복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백악관의 격노에 놀라 방침을 접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 행정부의 난맥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유명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역시 뉴욕타임스(NYT)에 “미국은 끝났다”며 트럼프 리더십의 대체를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투표를 통한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3일 온라인 타운홀미팅을 통해 “시위와 투표를 함께 해야 진정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며 “분노했더라도 희망을 품고 사회를 바꾸자”고 호소했다.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낙선시키자는 취지로 읽힌다. 그는 “플로이드 사망으로 표출된 분노가 인종차별 철폐와 경찰 개혁을 이뤄낼 동력이 될 것”이라며 “거리에서 평화적이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는 시위대에 대해 미국인들도 감사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 임보미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