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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난 내부 고발자 만날 권리 있다”...사실상 색출 지시 논란

트럼프 “난 내부 고발자 만날 권리 있다”...사실상 색출 지시 논란

Posted October. 01, 2019 09:08,   

Updated October. 01, 201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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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조사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백악관 참모, 측근들이 민주당과 내부고발자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트위터에 자신이 출연한 짧은 동영상을 올리고 “사상 최악의 계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추정되는 우크라이나 스캔들 내부고발자를 거론하며 “그를 직접 만나고 싶다. 나는 그를 만날 권리가 있다”고도 했다. 사실상 행정부 차원의 내부고발자 색출을 지시한 듯한 발언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람이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스파이 행위를 했나? 엄중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내부고발자를 협박하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내부고발자의 고발장은 9쪽짜리 ‘낸시 드루’ 소설(소녀 탐정 소설) 같다”고 폄훼했다. 그를 ‘딥스테이트(정부를 흔드는 숨은 권력집단) 요원’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훼손하려는 파괴자’ ‘스파이’ 등으로도 불렀다. 밀러 고문은 “대통령이야말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의 부패 의혹을 밝힌 내부고발자”라며 “부패 스캔들을 파헤치는 것이 미국 국익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거론되는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CBS와 ABC에 출연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사하라고 하지 않았다면 그거야말로 헌법 위반”이라며 “내부고발자는 자신이 직접적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고발자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대통령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도 “정치적 함정이다.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 중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제로(0)’”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진영의 이런 발언들은 역설적으로 탄핵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백악관의 위기감이 그만큼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BS-유고브가 지난달 26∼27일 미국 성인 2059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찬성한다”는 답은 55%였다. 다만 지지 정당별로는 확연하게 다른 반응이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자의 찬성 비율은 87%, 공화당 지지층은 반대 비율이 77%여서 정치 성향에 따라 극심한 편향성을 보였다.

 민주당은 탄핵 조사 속도를 부쩍 높이고 있다. 조사를 주도하고 있는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이날 NBC, ABC방송에 출연해 “내부고발자가 곧 의회에서 증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타국 정상과의 대화도 들여다보겠다”며 조사를 확대해나갈 의사를 밝혔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