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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때처럼…김정은 리무진 호텔 도착하자 ‘방탄 경호’

판문점때처럼…김정은 리무진 호텔 도착하자 ‘방탄 경호’

Posted June. 11, 2018 07:58,   

Updated June. 11, 2018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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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지어 (북한) 대사관 직원이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기자들이 오면 잡고 경찰에 신고했다. 농담이냐고? 경찰에 인계된 기자가 목요일인 7일에만 14명이었다.”

 9일(현지 시간) 오후 싱가포르 노스브리지가 1번지 하이스트리트센터 15층 주싱가포르 북한대사관. 대사관 관사를 무단 침입한 한국 방송기자들이 현지 경찰에 붙잡혀 추방된 지 만 이틀째, 건물 입구와 복도에는 취재진이 한 명도 없이 잠잠했다. 이중 잠금장치가 된 불투명 유리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안에서는 인기척조차 들리지 않았다. 대사관 앞을 서성인 지 5분 남짓 지났을 때 경비원이 부리나케 올라와 기자에게 “돌아가라”고 막아서며 이같이 말했다.

 건물 경비 곤 익 키안 씨는 “대사관에서 ‘누군가가 돌아다니고 있으니 사람을 보내라’는 전화를 받고 왔다”며 “복도에 최근 CCTV를 추가로 설치해 대사는 물론 대사관 직원들이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 당신은 이미 감시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뒤늦게 텅 빈 대사관을 찾아온 또 다른 대만 외신기자는 “북측 선발대가 오늘(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선과 항로를 사전 점검하기 위해 공항에 이미 도착했다고 들었다. 그들을 영접하러 대사관 직원들이 차출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이 도착하기 하루 전인 이날 오후 싱가포르 분위기는 긴장 반 설렘 반으로 바짝 달아올라 있었다. 시내 곳곳에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을 알리는 문구가 걸려 있었고, 카메라를 둘러멘 전 세계 기자들을 심심찮게 마주할 수 있었다. 시민들도 하루 종일 북-미 정상회담 관련 뉴스가 쏟아져 나오는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현지 식당 종업원은 “역사적인 회담을 개최해 영광”이라며 “요즘 하루하루 뉴스를 꼭 챙겨 본다”고 전했다. 10일 만난 한 택시 운전사는 기자의 국적을 물어본 뒤 “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오기로 했느냐”고 먼저 묻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는 이번 정상회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 예리한 질문을 쉴 새 없이 던졌다.

 외부에 거의 노출된 적 없는 김정은에 대한 관심도 예상보다 더 뜨겁다. 기자가 탄 한 택시 운전사는 ‘김정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형을 죽인 사람 아니냐”며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지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사실을 언급하더니 “(김정은은) 분명 무섭고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두 정상의 숙소 주변, 정상회담이 열리는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 일대 등을 중심으로 경계수위는 그야말로 최고조에 달했다. 김정은이 묵을 것으로 알려진 세인트레지스 호텔 주변엔 100m가량 인근에서부터 성인 남성 어깨 높이만 한 방호벽이 설치됐다. 호텔로 진입하는 모든 차량을 검문하는 것은 물론 택시에 탄 승객들조차 예외 없이 내리게 해 꼼꼼히 살폈다. 호텔 입구에도 대형 가림막을 내려 내부를 들여다보기 어렵게 만들었다. 로비에도 엑스레이 검색 장비와 휴대용 금속탐지기 등을 든 인력을 배치해 검문을 강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체류할 샹그릴라 호텔 주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인근 수백 m 앞에서부터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차량을 통제했다. 중무장한 경비 인력과 탐지견들은 호텔 주변을 수시로 돌며 외부인들을 확인했다. 기자가 휴대전화를 들어 탐지견을 찍으려 하자 경비원이 손으로 막으며 제지할 정도였다. 카펠라 호텔은 투숙객을 제외하곤 9일 오후부터 호텔로 가는 진입로부터 통제해 요새처럼 꽁꽁 싸맸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 ·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