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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합류한 배구 남지연

Posted July. 05, 2017 09:42,   

Updated July. 05, 201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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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배구 여자부 IBK기업은행의 리베로 남지연(34)은 2015∼2016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생각이었다. 출산 계획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그랬던 그에게 구단은 ‘한 시즌 더’를 제안했다.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기쁨과 함께 남지연은 그렇게 계속 유니폼을 입기로 했다.

 그러나 구단과 남지연의 동행은 끝내 현실이 되지 못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IBK기업은행은 남지연을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최대 5명까지 보호선수를 지정할 수 있었는데 IBK기업은행이 전력 보강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를 내렸다는 게 배구계의 분석이었다. 그 결과 남지연은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한 FA 센터 김수지의 보상선수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게 됐다.

 예상과 달리 팀을 떠나게 되자 당사자인 남지연은 물론이고 배구 팬, 동료 선수들 또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남지연의 후배이자 대표팀 주장인 김연경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지연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존중해주세요”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둥지를 옮긴 뒤 3일 만난 남지연은 “처음에는 화가 났다.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마음 정리를 했다. 흥국생명 숙소에 들어올 때는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하나’란 걱정만 했다”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였던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현역 시절 보상선수로 삼성화재에서 현대캐피탈로 이적)의 이름을 꺼냈다. “(현대건설의) 한유미 언니와의 통화에서 ‘어디서 은퇴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은퇴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최 감독님의 말씀을 전해 들었어요. 더 이상 제가 흥국생명으로 가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죠.”

 프로에서 내내 리베로로 뛰었던 남지연은 늘 빛나는 주연보다 조연 역할에 익숙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나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또한 그랬다. “평생을 일개미처럼 꾸준히 정직하게 배구를 해왔던 것 같아요. 농땡이 잘 안 부리고 기본을 지키면서 왔다고 생각해요.”

 어린 선수가 많은 흥국생명에 합류한 남지연은 지난 한 달간 후배들과 숙소생활을 함께 하면서 ‘엄니(엄마+언니)’라는 새로운 별명도 얻었다. 앞서 FA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국가대표 리베로 김해란(33)과 남지연의 호흡 또한 팬들이 흥미롭게 지켜볼 요소다. 

 공교롭게도 남지연은 10월 막이 오르는 2016∼2017시즌 친정팀 IBK기업은행과의 개막전을 통해 흥국생명 소속으로 데뷔전을 치른다. 장소 또한 지난 시즌까지 안방으로 썼던 화성체육관이다. 인터뷰 막바지에 “애초 계획대로 올 시즌 뒤 은퇴할 것이냐”고 묻자 남지연은 “또 모르는 일이다. 마흔까지 하라는 사람이 많다. 몸은 늘 가볍다”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새 무대를 향한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강홍구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