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만큼 개성이 독특한 정치인도 흔치 않을 것이다. 할 말은 하는 편이다. 선이 굵은 보스 기질이다. 권위적이지 않다. 이런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따른다. 뭔가를 강하게 주장하다가도 얼마 못 버티고 물러서 ‘30시간의 법칙’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듣는다. 그러나 본인은 이를 단점으로 여기지 않는 것 같다. 휘어지는 게 곧 타협이요, 민주주의라는 생각이다. 김무성스러운 변명이지만 그럴듯한 측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김 대표의 총선 유세 스타일도 독특하다. 지원하는 후보마다 어부바를 해주고 “당선되면 ○가 될 것”이라는 감투 공약까지 날린다. 그제까지 당 사무총장 감투를 씌워준 후보만 이명수 홍문표 차명진 김태원 한선교 송태영 이성헌 박종희 이학재 강기윤 등 10명이다. 당 정책위의장(차명진 정진섭) 원내대표(권영세) 대표(정우택 권영세)에다 국회 상임위원장(정진섭 이학재) 예결위원장(박민식) 부의장(황진하 정우택), 심지어 노동부 장관(강기윤)과 대통령(정우택) 감투까지 장담받은 후보도 있다.
▷김 대표의 감투 공약은 작년 4·29 재·보선 때도 있었다. 수도권의 신상진 안상수 오신환 후보에게 “지역구에 예산 폭탄을 퍼부을 수 있게 예산결산특위 위원을 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가 당선되자 실제로 지켰다. 다만 이번엔 말투가 “될 것”으로 바뀌었다. 총선 후 물러날 당 대표가, 새 대표가 누가 될지도 모르는 판에 마음대로 시켜줄 수 있는 자리들이 아니다. 국회의장단과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선출한다. 그러나 나중에야 어찌 되든 듣는 후보도, 지켜보는 유권자도 즐거워하니 지원 유세 공치사치곤 상급이다.
▷사실 정당과 국회엔 명예와 보수 양쪽에서 괜찮은 감투들이 널려 있다. 총선 후면 여야 모두 대대적인 당직 개편이 있을 것이다. 20대 국회가 개원하면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들도 싹 바뀐다. 모두 총선에서 당선될 의원들의 차지다. 감투는 곧 권력과 돈의 상징이다. 의원 자체만도 엄청난 감투다. 총선은 곧 ‘감투 전쟁’이기도 하다.
이 진 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