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을 둘러싸고 갈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2일 일본 도쿄()에 도착함으로써 한국 중국 일본 3국 순방을 시작했다.
올해 9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취소 이후 급하게 결정된 바이든 부통령의 일정은 당초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을 강조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ADIZ 선포라는 돌발 사태가 발생해 한중일 갈등을 봉합하고 역내 안정을 도모하는 데 최우선 순위가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되는 행보는 4일 바이든 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이다. 바이든 부통령은 중국의 일방적인 ADIZ 설정에 우려를 표명하고 해명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이든 부통령이 중국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미중 양측이 이 문제를 놓고 의미 있는 접점을 찾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관측이 우세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일 미중 양국은 이견 해소를 위해 노력한다는 수준의 어정쩡한 결론을 내릴 개연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도 중국 포용에 공을 들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에 쓴소리를 해 가며 압박할 개연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6일 서울 방문에서는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 문제가 집중 협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이어도 상공에 KADIZ 방공식별구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바이든 부통령이 환영하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 워싱턴 외교가의 중론이다. 이란 핵협상 타결 후 미국이 구상하는 북핵 접근법에 대한 의견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부통령이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의 대중국 대응 문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이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바이든 부통령은 일본 측에 과거사 해결을 독려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한국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일본 측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미일 동맹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집단자위권 확대를 공식 지지할 개연성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정미경 mickey@donga.com
도쿄=배극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