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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자에 대한 증오심 풀려고 호텔 털어 지인들에게 선물?

가진 자에 대한 증오심 풀려고 호텔 털어 지인들에게 선물?

Posted February. 23, 2013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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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법원에서 5급 사무관으로 일하던 김모 씨(44)는 2007년 횡령죄로 파면됐다. 이후 무직자로 살며 생활고에 시달렸다. 부인과도 별거하게 됐다. 그러면서 사회에 대한 불만도 커져갔다. 자신만 못 사는 것 같아 세상이 불공평하게 느껴졌다.

김 씨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가진 자에 대한 증오심을 풀기 시작했다. 그는 1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 서울 강남 일대 호텔과 모텔 7군데에서 투숙했다. 한 특급호텔에서 목욕 가운, 벽걸이 그림, 머그컵을 챙기고 부피가 커 가져갈 수 없는 벽걸이 TV나 공기청정기 등 470만 원어치의 물품을 부쉈다. 다른 모텔에서는 컴퓨터 본체, 전화기, 헤어 드라이기 등 객실 물건 480만 원어치를 큰 가방을 담아 가지고 나왔다.

그는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훔친 물건을 팔지 않고 친구와 지인에게 선물로 나눠줬다. 호텔에서 훔친 컴퓨터 본체를 다른 호텔에 가져다 두기도 했다.

하지만 김 씨의 범행은 오래 가지 못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월 초 서초동 한 호텔의 신고를 받고 범인을 추적했다. 경찰은 호텔의 폐쇄회로(CC)TV 화면과 객실에 버려져 있던 교도소 정보공개청구서 일련번호를 토대로 탐문해 20일 김 씨를 붙잡았다.

김 씨는 경찰에서 기분 나빠서 그랬다 그냥 짜증났다고 범행동기를 밝혔다. 있지도 않은 쌍둥이 동생이 범행한 것이라고 횡설수설하기도 했다. 훔친 컴퓨터를 다른 호텔에 갖다 둔 이유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지만 사회에 대한 불만이 큰 것은 분명해 보였다며 잘 사는 사람에 대한 증오를 그런 식으로 푼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경찰서는 김 씨를 상습절도와 상습 재물손괴 혐의로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조동주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