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총선일 트위터에 미국에선 보수가 집권하면 살인과 자살이 함께 증가한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죽지 않을 사람들이 공화당 집권기에 살인이나 자살로 죽는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하지현 건국대 의대 교수가 9일자 한국교육신문에 투표 참여를 독려하며 기고한 글의 일부를 인용했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은 이 글을 통해 총선에서 보수 정당을 찍지 말 것을 암시해 공직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주장은 미국 하버드대 정신과 교수인 제임스 길리건의 저서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를 근거로 삼고 있다. 길리건 교수가 1900년부터 107년간 미국의 자살과 타살을 포함한 폭력치사의 증감을 조사했더니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뽑힌 뒤 자살율과 살인율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현재 인구 기준으로 민주당 대통령보다 공화당 대통령이 집권할 때 자살자와 타살자가 11만4000명 더 많았다.
보수당이 집권하면 폭력성향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길리건 교수는 특정 정당의 정책과 전략이 폭력을 부추기고 사회 불평등이 심화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가 주목하는 현상은 실업이다.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수치심을 자극하고 이런 감정이 자신을 향하면 자살, 타인을 향하면 살인으로 나타난다.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실업으로 인한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미국의 시스템이 이런 현상을 만들어냈을 듯 하다. 하지만 한국에도 적합한 이론일지는 별개의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살율은 외환 위기를 기점으로 급증세를 보인다. 1992년 3533명이던 자살자는 1998년 8569명으로, 2010년엔 1만5566명으로 늘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반면에 경찰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살인 건수는 정권의 성향과 관계없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간 증가했다. 고용이 늘면 자살율이 높아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서울대 이철희 교수팀이 20년 추적한 결과 고용이 늘어나는 호황기에 자살자가 늘어났다. 이런 한국적 현상도 살펴보지 않고 보수가 집권하면 사람이 죽는다는 식의 논리를 펴는 것은 심각한 왜곡이다. 툭하면 엉뚱한 말로 파문을 일으키는 사람이 교육감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