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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합의 못하면 전세계에 시장 열어야 (일)

한국, 합의 못하면 전세계에 시장 열어야 (일)

Posted May. 18, 2011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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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놓고 한국과 캐나다가 오랜 무역 분쟁을 벌여온 가운데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조정기구(DSB)가 최종 판정 보고서를 늦어도 8월 31일까지 내놓을 방침인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WTO가 캐나다의 손을 들어주면, 한국은 캐나다뿐 아니라 캐나다와 비슷한 조건의 다른 WTO 회원국에도 쇠고기 시장을 전면 개방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WTO 결정은 WTO에 가입한 회원국 전체에 효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판정에서 한국의 패소가 거의 확실시된다는 점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국제 기준에 비춰 볼 때 이번 판정에서 한국이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WTO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캐나다와 양자 합의를 이뤄 WTO 판정을 무효화하는 것만이 위기를 타개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WTO의 잠정보고서가 나올 예정인 6월 전에 캐나다의 합의를 이끌어 낸다는 방침을 정하고 최근 협상 레터를 주고받으며 최종 합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캐나다 역시 최근 미국 쇠고기의 최대 수입국이 한국이 됐다는 내용의 미 정부 보고서를 접하고 상당히 자극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2002년까지만 해도 캐나다는 한국에 4번째로 많은 쇠고기를 수출하는 나라였다. 하지만 2003년 5월 캐나다에 광우병(BSE)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이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2007년 세계동물보건기구(OIE)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획득했다. 이는 설령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생기더라도 해당 소가 식품유통체인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없다는 뜻으로 관리력이 있고 안전하다는 일종의 국제 인증을 받은 셈이다.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얻은 나라는 소의 월령()과 관계없이 특정위험물질(SRM)만 제거하면 모든 쇠고기를 수출할 수 있다. 이후 캐나다는 끊임없이 자국 쇠고기를 수입해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국이 2008년 캐나다와 같은 광우병 위험 통제국인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결정하자 갈등이 증폭됐다.

캐나다는 2009년 4월 WTO에 한국을 제소했다. 이후 한국의 잘잘못을 판단할 분쟁해소 패널이 WTO 안에 구성됐다. 하지만 이미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광우병 파동을 겪은 정부로서는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사이 구제역 파동이 터졌고 축산산업 타격이 심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까지 국회를 통과했다. 국민과 축산 농가를 설득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더욱 난처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캐나다와 양자 협상 합의를 하는 게 한국에 최선의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WTO의 패소 판정이 내려지면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는 물론이고 EU 남미 인도 등으로부터도 연쇄적인 수입자유화 요구에 시달릴 수 있어 치명적이라며 한국이 보호무역주의 국가임을 국제적으로 공인하는 꼴이어서 앞으로 외국과의 통상 협상도 불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캐나다는 그동안 광우병이 발생한 게 18차례나 돼 미국(3회)에 비해 훨씬 발생빈도가 높은 나라인 만큼 조기통보 및 검역주권은 철저히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우선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