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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 든 5000원 통큰치킨 (일)

Posted December. 14, 2010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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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사업자 보호가 중요한가, 소비자가 싸게 먹을 권리가 중요한가의 논쟁을 일으켰던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이 발매 일주일 만에 사라지게 됐다.

롯데마트는 1마리에 5000원짜리 프라이드치킨 판매를 16일부터 중단한다고 13일 밝혔다. 이 회사는 갑작스러운 판매 중단에 따른 소비자 혼란을 고려해 판매 중단 시점을 3일 후로 잡았다. 이미 준비한 닭 약 5만 마리는 연말까지 각 점포 인근에 거주하는 불우이웃에게 기증할 방침이다. 롯데마트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용, 반영하는 차원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9일 통큰치킨이 판매되기 시작하자 일부 누리꾼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아니라 영세상인을 위협하는 살생()이라고 비난하고 프랜차이즈협회 등 관련업계에서 반발하며 논란의 중심이 됐다.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이날 트위터에 롯데마트를 비난하는 내용을 올리자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가 정 수석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13일 출범한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노 대표는 여론의 역풍에 크게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는 그동안 원자재를 대량 구입하고 기존 설비를 이용해 원가를 줄임으로써 소비자에게 좋은 품질의 치킨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자 했다면서 원하는 시간에 콜라와 무, 소스 등을 함께 배달하는 기존 치킨 전문점과도 차별적 요소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명분에도 불구하고 결국 치킨 전문점 업주들의 반발과 자영업자 등 서민들과의 상생을 중요시한 정치권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판매 일주일 만에 백기()를 든 셈이 됐다.

이날 치킨 판매 중단 결정을 두고 사회 각계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한 누리꾼은 다른 치킨업체 치킨은 너무 비싸고 가정형편도 어려워 아이들도 제대로 못 사 먹였는데 롯데마트에서 저렴한 치킨이 나오자마자 판매를 안 한다니 너무한다고 했다. 반면 다른 누리꾼은 대기업에서 자영업자들의 영역까지 침범하면 되겠느냐며 판매 중단은 잘한 일이라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롯데마트를 신고하겠다고 나섰던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판매 중단 결정을 환영한다며 신고하지 않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압력 때문에 시장경제 원리를 거스른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이날 논평에서 싼값에 파는 치킨을 비판하는 것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앗아가는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그는 홀로 사는 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처럼 나라에서 한 달에 50만 원을 받아 겨우 살아가는 기초생계수급자는 롯데 치킨 같은 것이 생겨 (치킨 값을) 1만2000원 절약할 수 있었는데 이를 공격하는 것은 그들의 소득을 앗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성원 우정렬 swon@donga.com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