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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여론과 북한 사이 어정쩡한 조문 (일)

민주, 여론과 북한 사이 어정쩡한 조문 (일)

Posted October. 13, 201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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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 빈소 조문, 김정은으로의 후계 세습 등 최근 북한 관련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 등 야권이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초 11일 오후까지만 해도 황 전 비서 빈소 조문은 어렵다는 입장이었으나 12일 오전 양승조 대표비서실장이 손학규 대표의 대리인 자격으로 조문을 한 데 이어 오후엔 박지원 원내대표 등 원내대표단이 빈소를 찾았다. 하지만 손 대표는 직접 조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 손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대표비서실장이 대신 (대리조문을)하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측근은 황 전 비서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당 대표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조문 뒤 기자들과 만나 당 차원이라기보다는 원내대표로서 온 것이라며 생전 고인과 많이 껄끄러웠다. 고인에 대한 역사적, 개인적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망자에게 조의를 표하는 것은 우리의 미풍양속으로 분단국가에서 어려움을 당했다가 작고한 고인에 대해 명복을 비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손 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역할 분담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 대표가 직접 조문할 경우 당 내부에서 손 대표의 정체성을 문제 삼을 수 있다. 천정배 최고위원은 황 전 비서는 분단체제의 희생자이지만 국장()도 아닌데 당의 공식 조문은 필요 없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 차원에서 조문을 전면 거부하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당 내부, 국민 여론, 북한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인 것이다.

이 같은 민주당의 태도는 지난해 6월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명예의장을 지낸 강희남 목사 사망 때와는 사뭇 다르다. 강 목사는 이북만이 민족의 정통성이 있고 그래서 나의 조국은 이북이라고 말하고 맥아더 동상 철거 시위를 주도하는 등의 행동으로 끊임없이 종북()주의 논란을 일으켰지만 그가 숨지자 민주당은 공식 논평을 통해 평생을 우리 민족의 통일과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온 고인의 못다 이룬 뜻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동영 천정배 최고위원은 강 목사 빈소를 직접 조문했고 정세균 당시 대표는 조화를 보냈다.

한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황 전 비서 조문에 대해 계획이 없다거나 논의한 바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의 황 전 비서 훈장 추서에 대해서는 성급하다(민노당 우위영 대변인), 국민과 나라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명확하지 않다(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 등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서는 민노당과 진보신당 간에도 시각차가 뚜렷하다. 민노당은 6일 북한이 3대 세습을 발표한 직후 논평을 통해 북한의 문제는 북한이 결정할 문제라고 보는 것이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민노당 이정희 대표는 8일 인터넷에 북한 세습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 나와 민노당의 판단이란 글을 띄웠다. 민노당 부설 새세상연구소 박경순 부소장은 1일 논평에서 3대 세습이 불편하다고 그걸 그릇된 것으로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3대 세습이 불편한 것이 아니라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 세습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진보정치세력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진보신당은 북한의 3대 세습이 확인된 직후 즉시 논평을 내고 그 어떤 논리로도 납득할 수 없는 비정상국가로 가는 것이라고 북한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민족해방(NL)을 표방하는 민노당과 민중민주(PD)를 표방하는 진보신당은 2008년 종북주의 논란에 휩싸이며 분당()했다.



조수진 신민기 jin0619@donga.com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