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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몇번에 곳간 바닥 줄 돈 없는 주는 나라 (일)

원조 몇번에 곳간 바닥 줄 돈 없는 주는 나라 (일)

Posted August. 19, 2010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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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는 18일 대홍수로 큰 피해를 본 파키스탄에 긴급구호금 50만 달러를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에 지원된 긴급구호금은 모두 100만 달러다. 정부는 1월 아이티 대지진에 250만 달러, 3월 칠레 대지진에 200만 달러를 긴급구호금으로 지원했다. 지난해까지 소규모 지원(5만10만 달러)에 머문 것에 비하면 국가별 지원 액수는 대폭 늘었다.

지난해 11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 뒤 명실상부한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공적개발원조(ODA)로 지원되는 긴급구호예산은 DAC 회원국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 이 때문에 올해 긴급구호예산의 약 80%(630만 달러)가 이미 소진된 상태다.

정부 당국자는 18일 예년 같은 시점에 60%가 소진됐던 것에 비해 올해는 대규모 지원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세계적으로 대형 재난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올해 하반기에는 예산 부족으로 재난 지원에 제약이 생기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07년 이후 긴급구호예산은 매년 95억 원(약 800만 달러)으로 동결됐다. 이 때문에 몽골 과테말라 피지 등 다른 국가의 재난에 대한 지원이 예년처럼 5만10만 달러에 머물렀는데도 벌써 80%가 소진된 것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의 긴급구호예산 규모는 ODA 예산(약 1조3000억 원)의 0.7%에 불과하다. DAC 국가들의 긴급구호예산은 ODA 대비 6%에 달한다. 특히 긴급구호예산의 절대 규모를 살펴보면 원조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OECD 국가 중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네덜란드(3억8100만 달러), 스위스(1억9700만 달러) 등도 한국의 수십 배에 이른다. 한국은 DAC 국가 중 포르투갈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다. 꼴찌에서 세 번째인 그리스도 1500만 달러로 한국의 2배 가까이 된다.

이 때문에 긴급구호예산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으면 원조 선진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부끄러운 일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2008년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생활수준은 거의 세계 최고인데 국제사회 지원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라며 개인적으로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는 내년 긴급구호예산을 약 2배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예산을 책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근본적으로는 DAC 수준인 ODA 대비 6%까지 증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