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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간인 사찰 윗선 없다면 국민이 믿겠나

[사설] 민간인 사찰 윗선 없다면 국민이 믿겠나

Posted August. 12, 201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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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어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인규 전 지원관 등 총리실 직원 3명을 기소했다. 윤리지원관실에 불법사찰을 지시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았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이영호 전 대통령 고용노사비서관은 범죄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며 기소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2008년 여름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워크숍 회식자리에 참석했다는 참고인 진술도 나왔지만 수사가 더 나아가지 못했다. 특정 인맥의 권력사유화 논란에 휩싸였던 박영준 국무차장의 이름은 언급조차 안됐다.

한나라당 남경필정두언정태근 의원 등 여당 의원들까지 사찰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의 몸통이 2급 공직윤리지원관이라면 이를 믿을 국민이 몇이나 되겠는가. 국민의 이목을 끈 수사가 비선()이나 윗선 같은 핵심의혹엔 접근조차 못하고 흐지부지되는 듯하다. 이런 수사라면 야권의 특별검사제 도입이나 국정조사 요구 같은 정치공세를 피하기 어렵다. 검찰 수사결과 발표는 늘 중간 발표이다. 스스로도 최종 발표라고 하기에는 마무리가 덜 된 듯하니까 늘 중간이라는 떳떳치 못한 수식어를 붙인다.

검찰은 6월21일 국회에서 사건이 불거진 이후 보름 가까이 허비하다 수사에 착수했다. 7월5일 총리실로부터 수사의뢰를 받은 뒤 4일이나 지난 9일에야 윤리지원관실과 총리실 관계자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늑장을 부리는 사이에 윗선의 존재를 밝혀낼 수 있었던 결정적 증거였던 총리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복원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됐다.

수사팀이 확보한 총리실 CC TV자료에서는 외부인의 침입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니, 내부인의 소행으로 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종이 대신 인터넷으로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전자정부 시스템을 도입했다. 올해 유엔이 전 세계 192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자정부 시스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런 나라에서 중요한 수사 자료이자 공공기관의 기록물이 내부자에 의해 훼손됐는데도 검찰은 범인조차 잡아내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각종 자료들이 파기될 수 있다면 전자정부에서 종이정부로 다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민간인 사찰은 시대착오적이고 반()민주적인 범죄다. 독재정권 시대의 유습인 음험한 불법사찰 활동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윗선을 끝까지 파헤치지 않으면 검찰 수사는 꼬리 자르기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