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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대국 비위 맞추기 외교만으로 국익 못 지킨다

[사설] 강대국 비위 맞추기 외교만으로 국익 못 지킨다

Posted July. 13, 2010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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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천안함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과 서해 연합훈련을 추진하던 정부가 중국의 반대에 부닥쳐 주춤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사사건건 중국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때로는 알아서 긴다고 할 정도로 비굴하니 중국이 우리를 더욱 얕잡아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수십만 북한 동포들의 운명이 걸린 재중() 탈북자 문제만 하더라도 정부는 중국의 처분에 맡기다시피 하고 있다. 대만문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 방한 문제에서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청와대나 외교통상부의 관계당국자들이 과연 국익을 위해 그러는지, 아니면 자신들의 보신을 위해 그러는지 궁금하다.

60년 만에 북한을 탈출했지만 중국 선양의 우리 공관에 6개월째 발이 묶여 있는 국군 포로 A 씨(84)는 한국의 당당하지 못한 외교에 희생된 사례다. 중국의 탈북자 홀대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한중 우의() 차원에서나 인도적 차원에서나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그런데도 변변한 항의조차 못하는 게 우리 대중()외교의 현주소다. 정부의 달라이 라마 방한 거부는 국제관례에도 맞지 않다. 달라이 라마는 지난달 일본을 14번째 방문했다. 그는 올 2월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만났다.

역대 우리 정부의 대만 홀대는 더 한심한 사례다. 6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세계 및 아태자유민주연맹 연차총회에 이명박 대통령의 참석이 추진됐지만 영상 메시지로 대체됐다. 대만이 대표를 보낸 국제회의에 대통령이 참석하면 중국이 불편하게 여길 것이라며 청와대와 외교통상부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가 대만과 단교할 때의 매몰찬 태도는 두고두고 대만 측에 한이 맺히게 했다. 그런데 중국은 지난달 대만과 자유무역협정격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했다. 한국이 중국의 눈치를 보며 대만과의 접촉을 제한하는 사이 양국은 경제공동체를 만들어 한국의 뒤통수를 친 셈이다.

한미동맹 관계도 복원됐다고 하지만 각론으로 보면 미흡한 분야가 많다. 미국이 한국의 이란에 대한 투자 및 자원개발 진출 움직임에 거부감을 보이자 외교부가 양국의 접촉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동참해야 하지만 그와 무관한 경제교류까지 미국을 의식해 포기한다면 어떻게 국익을 지키겠는가. 동맹국 미국에도 할 말은 하는 외교를 해야 한다.

우리는 천안함 사태를 남북관계라는 좁은 관점에서 보지만 미중은 세계전략 차원에서 바라본다. 강대국의 비위를 맞추는 눈치 외교를 계속하면 자칫 강국들이 그리는 세계전략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 국익 우선의 당당한 외교를 밀고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