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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핵항모 서해훈련 돌연 2, 3주 연기 결정 (일)

미 핵항모 서해훈련 돌연 2, 3주 연기 결정 (일)

Posted June. 05, 201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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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천안함 폭침사건 대응 조치의 일환으로 7일부터 서해상에서 전개하기로 했던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CVN-73)의 무력시위가 출항 전날인 4일 갑자기 연기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9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장광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4일 다음 주 초 열릴 계획이던 무력시위 성격의 연합훈련이 미국 측의 준비 사정을 감안해 2, 3주 연기돼 6월 중순 이후 실시된다며 (한미 연합) 대잠수함훈련은 이달 말 또는 7월 초에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미 해군 7함대 소속인 조지워싱턴은 5일 모항인 일본 요코스카() 항을 출항해 7일 서해에 도착한 뒤 10일까지 한국 해군과 함께 해상기동훈련 및 사격훈련을 벌일 예정이었다.

군 당국은 이미 조지워싱턴의 710일 훈련일정을 언론에 공개했다. 주한미군 측도 기자들로부터 취재신청까지 받았다. 특히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조지워싱턴의 무력시위 일정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랬던 한미 양국이 조지워싱턴이 출항하기 바로 전날 무력시위 일정을 전격 연기한 것이다. 군 당국이 내세운 미국 측의 준비 사정이라는 이유는 그동안의 과정을 고려하면 석연치 않은 해명이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서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감지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극한 대치로 치닫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돌파구가 될 수 있는 뭔가를 간접적으로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태도에는 변화가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과거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는 게 사실이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미국의 대표적 북한통인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의 행보를 잘 지켜봐야 한다며 북한은 천안함 사건 이후 리처드슨 주지사의 방북을 계속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리처드슨 주지사를 통해 유감을 표명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나름의 유감 표명을 할 경우 천안함 공격에 대한 시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대치 국면은 크게 완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차원에서 조지워싱턴의 서해 무력시위 연기는 한미 양국이 유화 국면에 대비한 일종의 속도조절로 풀이할 수 있다. 군 당국이 지난달 24일 대북 심리전 재개 방침에 따라 즉각 실시하기로 한 대북 전단(삐라) 살포와 휴전선 일대의 확성기 설치를 당분간 연기한 것과 같은 맥락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한미 연합훈련이 천안함 사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는 시기와도 맞물려 있는 만큼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조지워싱턴의 서해 무력시위를 연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채택에 총력을 쏟은 뒤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무력시위 카드를 꺼내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박민혁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