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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고교생 수업태도

Posted April. 10, 201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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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후락한 예배당 안은 콩나물을 기르는 것처럼 아이들로 빽빽하다. 선생이 부비고 드나들 틈이 없을 만치 꼭꼭 찼다. 아랫반에서 다리도 못 뻗고 들어앉은 아이들은 고개를 반짝 들고 칠판을 쳐다보면서 제비 주둥이 같은 입을 일제히 벌렸다 오무렸다 한다. 그러면 윗반에서는 농민독본을 펴놓고 잠자는 자 잠을 깨고/눈 먼 자 눈을 떠라/부지런히 일을 하야/살 길을 닦아 보세하며 목청이 찢어져 라고 선생의 입내를 낸다. 1930년대 농촌계몽운동을 다룬 심훈의 소설 상록수에 나오는 학교 풍경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 채영신이 교회를 빌려 농촌학교를 열자 배움에 목마른 아이들이 줄을 지어 찾아와 공부하는 장면을 묘사했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가득 찼던 교실 속의 활기는 광복 이후에도 우리 교육열의 상징이었다. 625전쟁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1960년대에 일부 학교는 한 학급이 100명을 넘어 콩나물 교실이란 말이 생겨났다. 2부제 수업도 있었다. 그 좁은 공간에서도 배우려는 열의는 뜨거웠다. 농촌 지역에서는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가는 시간이 1시간 씩 걸리기 일쑤였으나 학생들은 졸업식 날이면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아쉬움으로 눈물을 글썽였다.

일본의 문부과학성 산하 연구기관이 한국 일본 미국 중국 등 4개국 고등학생의 수업태도를 조사한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수업 시간에 예사로 하는 행동과 종종 하는 행동이 뭐냐고 물었더니 한국 학생의 32.3%가 조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수업시간에 수업내용을 공책에 잘 정리한다는 응답은 한국이 68.1%로 4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수업 집중도가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이다. 경제적 여유가 안이함을 조장한 것일까.

학생들이 조는 원인은 사교육 경쟁력이 공교육을 능가하는 현실과 교사들의 무사안일 탓이 크다. 학력 차이가 큰 학생들을 한 교실에서 가르치는 요인도 있다. 누구도 만족 못시키는 수업이 졸음을 부른다. 그제 교육과학기술부가 일반 고교에서도 우수학생과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각각 다른 수업을 해주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좋은 대책일 수 있다. 한국의 지나친 교육열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혹시라도 그 열기가 식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

홍 찬 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