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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왕자루이 면담 피하나

Posted February. 09, 201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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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 사흘째를 맞은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면담 여부가 8일 오후 늦게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함경남도 함흥시에 있는 28비날론연합기업소를 현지지도했다고 이날 0시 13분경 보도했다. 이 통신은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시점은 밝히지 않았지만 통상 김 위원장 동정을 하루 뒤에 전하는 관행을 감안하면 7일에 방문했을 가능성이 크다. 평양에서 함흥은 차로 5시간가량 걸리는 거리다. 그렇다면 당초 8일로 예상됐던 김 위원장과 왕 부장의 면담이 성사되기엔 일정이 다소 빡빡할 수 있다. 왕 부장은 9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 같은 숨바꼭질은 북한의 난감한 처지를 잘 드러낸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왕 부장을 만난다면 북한의 전략적 카드인 6자회담 복귀에 대해 큰 대가없이 진전된 발언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을 개연성이 크다. 그렇다고 면담을 거부한다면 중국을 기분 나쁘게 만들어 북한 경제에 더 큰 어려움이 올 수 있다는 부담감도 안고 있다. 왕 부장의 방북 목적은 1차적으로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지금은 6자회담 복귀에 대해 확답할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일부러 면담을 피했을 소지가 없지 않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방북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게 미국과의 협상 진행에 따라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에 참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물론 김 위원장은 왕 부장과의 면담을 거부함으로써 미국이 더 큰 결심과 양보를 해야 한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을 수도 있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조건으로 내세운 평화체제 논의 및 유엔 제재 해제에 대해 미국이 언질을 주기를 김 위원장은 내심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전격적인 심야회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왕 부장은 2004년 1월 이래 네 차례 방문할 때마다 김 위원장을 만났던 중국의 실력자다. 김 위원장이 왕 부장을 만난다면 북한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영식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