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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만 찾는다면 피겨 국적파괴 바람 (일)

파트너만 찾는다면 피겨 국적파괴 바람 (일)

Posted January. 30, 201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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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열린 유럽피겨선수권 페어 부문에 참가했던 팀이다. 제시카 크렌쇼(20)는 미국 리치먼드 출신, 채드 차그리스(24)는 캐나다 온타리오 출신. 이 팀은 어느 나라 대표 팀일까? 1번 미국. 2번 캐나다.

정답은 둘 다 아니다. 이들은 그리스 대표로 나섰다. 아버지가 그리스인인 차그리스가 이중국적이었던 것. 피겨 페어와 아이스댄스 등 남녀가 짝을 이루는 종목에선 요즘 국적 따로, 대표 따로 현상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유럽선수권에서 예선을 통과한 16개 페어팀 중 6개, 26개 아이스댄스팀 중 9개 팀은 팀원 2명 중 1명 이상이 국적과 대표하는 나라가 달랐다. 이탈리아 대표로 출전한 프랑스인, 독일 대표로 출전한 우크라이나인, 프랑스 대표로 출전한 캐나다계 영국인 등 다양했다. 크렌쇼-차그리스 팀 로키 마벨 코치는 요즘 피겨계에선 어떤 조합이든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적이 다르지만 다른 나라를 대표해 출전하는 현상의 근본 원인은 페어와 아이스댄스 선수들이 자국 내에서 좋은 파트너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 페어나 아이스댄스는 종목 특성상 높은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파트너와 3, 4년은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특히 남자선수층이 얇아 한 나라에서 팀을 이루기 쉽지 않다.

2006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도 국적 규정을 완화해 선수들이 국경에 구애받지 않고 파트너를 찾을 수 있는 길을 넓혀줬다. 현재는 팀 중 한 명만 대표로 출전하는 나라의 국적을 갖고 있으면 된다. 또 국적을 바꿔도 1년만 지나면 바꾼 나라의 대표로 출전할 수 있다.

규정 완화로 침체됐던 두 종목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유럽선수권에 출전한 페어 팀은 11, 12개팀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21개팀이 출전했다.

국경을 넘나들며 좋은 파트너를 찾아 정상에 오른 선수도 생겼다. 이번 유럽선수권 페어 정상에 오른 일본인 가와구치 유코(29)가 대표적. 가와구치는 일본인이지만 한때 미국인과 짝을 이뤄 미국 대표로 출전했고 2006년부터는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스미르노프(26)와 짝을 이뤄 이번 대회 러시아 대표로 첫 우승을 이뤘다.

선수들은 어떻게 파트너를 찾을까. 글로벌 시대답게 인터넷을 활용한다. 미국인 버네사 제임스(23)는 피겨 파트너 찾기 전문 사이트인 아이스 파트너 서치 닷컴(icepartnersearch.com)을 통해 2007년 프랑스인 야니크 보뇌르(28)를 만났다. 이들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최초의 흑인 페어팀으로 다음 달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출전한다.



김성규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