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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달러, 경기회복 찬물 끼얹나

Posted September. 12, 200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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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연일 약세를 이어가면서 최근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 파운드,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한때 76.78까지 떨어지며 2008년 9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11일 100엔당 달러화는 91.07엔으로 7개월 만의 최저치로 하락(엔화가치는 상승)했고 원-달러 환율도 7거래일 연속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며 1221.80원으로 장을 마쳤다.

달러 약세에 따라 원유가격도 올랐다. 이날 10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0.84달러(1.2%) 상승한 배럴당 72.15달러를 나타냈다.

미국 경기 불확실 전망에 약() 달러 가속

달러화 약세는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안전자산인 달러에 몰렸던 전 세계 자금이 경기 회복세에 따라 위험자산으로 옮겨가면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 한편으로는 미국의 출구전략이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달러가치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가계의 부채조정은 이제 시작 단계이며, 부채조정과 소비침체로 향후 23년간 미국의 성장률이 12%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이 2010년까지는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자가 싼 달러를 빌려 외국 통화나 자산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늘고 있는 것도 달러화 약세를 부추긴다. 최근의 금, 석유 및 원자재 가격 상승에는 중국의 역할도 크다. 중국이 달러가치 하락에 대비해 석유, 금, 비철금속 등을 사 모으기 때문이다.

약 달러, 한국 경제에 오히려 유리?

달러화 약세는 한국 경제에 양날의 칼로 작용한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단순하게 보면 수출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사실 한국의 수출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환율 효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덕을 톡톡히 봤다. 올 상반기 무역수지는 한국이 지난해보다 277억 달러 늘어난 반면 일본은 280억 달러 줄었다. 달러화 약세는 일반적으로 달러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국제 원자재 가격을 올려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무겁게 할 우려도 있다.

하지만 최근의 원-달러 환율 하락은 긍정적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도 많다. 우선 최근 원화가 달러에 비해서는 강세이지만 엔화 등 경쟁국 통화보다는 여전히 약세다. 6월 말 이후 원-달러 환율은 52.10원이 떨어졌지만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94원 올랐다. 일본과 경쟁하는 자동차, 정보기술(IT) 등의 수출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는 배경이다. 원-달러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환율이 1% 오를 때 수출 증대효과는 1995년까지는 0.5% 이상이었으나 외환위기 이후는 0.3% 이하로 떨어졌다.

글로벌 경제회복에 따라 수출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환율 하락은 원자재 수입이 많은 한국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기도 한다. 주상철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수년간 한국 수출기업들이 가격뿐 아니라 품질 및 마케팅 경쟁력을 크게 높였기 때문에 환율 하락 부담이 크지 않다며 최근처럼 완만하게 환율이 하락한다면 한국 경제에는 실보다 득이 많다고 분석했다.



정재윤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