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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환경스페셜과 PD수첩

Posted August. 10, 200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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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자연 다큐멘터리 환경스페셜이 조작된 장면을 방영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뒤 KBS가 신속한 자체 조사와 징계 결정을 내렸다. 문제가 된 내용은 지난해 3월 방영된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에서 수리부엉이가 토끼를 사냥하는 장면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제작진이 수리부엉이가 날쌘 토끼를 사냥하는 장면을 생생히 목격했다고 밝히면서 해당 장면을 내보냈으나 실제로는 토끼의 발을 묶어 놓고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작 의혹이 보도된 것은 7월23일이었고 KBS가 관련 직원들을 중징계 한 것은 이달 7일이었다. 보름 만에 이뤄진 결정이었다.

시청자들은 환경스페셜을 보면서 자연그대로 찍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그런 만큼 PD들의 집념과 노력을 높이 사주기도 한다. 이런 신뢰가 무너지면 다큐멘터리가 주는 감동은 이내 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실 관계가 명백해 순조롭게 이뤄질 것 같았던 진상 규명 과정은 쉽지 않았다. 담당 PD가 영국 BBC가 제작한 다큐에서도 환경스페셜과 같은 촬영 기법을 사용한다면서 백상어가 물개를 잡아먹는 장면을 찍으면서 BBC 역시 물개를 묶어 놓고 촬영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BBC 관계자가 정면 부인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방송의 조작, 오보, 왜곡 사례는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방송사 측이 어떤 대응 자세를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2004년 영국의 BBC는 블레어 정부가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조작했다는 오보를 냈다. 당시 방송 관계자들이 해임됐음은 물론이고 사장까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특히 공영방송이라면 방송사 직원이 아닌 시청자의 위치에서 더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지난해 MBC PD수첩의 광우병 왜곡 보도는 이번 환경스페셜의 조작 사례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심각한 것이었는데도 MBC 측은 1년 넘게 구성원 감싸기로 일관하면서 책임 회피를 해오고 있다. 이처럼 반성을 모르니 시청자에게 외면당하고 조롱거리가 되는 것은 필연이다. MBC의 대주주로서 새로 구성된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진이 MBC의 뿌리 깊은 조직이기주의를 바꿔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홍 찬 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