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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지표보다 위기설이 더 위험

Posted September. 03, 200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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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9월 경제위기설이 번지고 있다. 카더라 식 소문에서 시작된 위기설은 이제 괴담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 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한국 경제는 이제 위기설에까지 휘말리며 사정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는 물론 대부분의 전문가는 1997년 외환위기 때 같은 심각한 위기가 금융시장에 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진단하지만 위기설 확산 현상은 매우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 당국은 실체가 있는 위기보다 논리는 취약하지만 확산세를 보이는 위기설에 먼저 맞서 싸워야 하는 형국이다.

위기설은 9월에 집중적인 채권 만기 도래에 따라 투자금을 한꺼번에 회수할 경우 빚어질 유동성 위기에서 시작됐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2일 정부과천청사 기자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국채 만기 도래가 9월에 집중돼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상환자금이 이미 확보돼 있어 상환자금 마련을 위한 국고채 발행 증가는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9월 만기 도래 국고채 규모는 약 19조 원으로 이 가운데 외국인 보유 규모는 7조 원(약 67억 달러) 수준으로 현재 자금만으로도 상환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2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정책포럼에 참석해 (9월 위기설은) 큰 의미가 없고 증폭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최근 환율 및 주가 변동과 관련해 상당한 정도의 가격 변동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다며 (그렇다고) 우리 경제가 파탄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위기설의 근거가 빈약하다는 반박의 목소리는 외국 금융기관에서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의 토머스 번 부사장은 한국이 1997년과 같은 외환위기를 다시 겪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일 보도했다. 번 부사장은 현재 A2(안정적)인 한국의 장기 국가신용등급에 대해서도 안정적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영국의 금융그룹인 HSBC도 한국의 9월 위기설에 기름을 부은 영국 일간 더타임스의 보도에 대해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더타임스는 최근 한국 경제가 검은 9월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사실 9월 위기설은 먹으면 머리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는 전혀 터무니없는 쇠고기 괴담 수준은 아니다. 2일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34원을 넘어서고 코스피지수는 심리적 저항선이라는 1,500 선이 무너져 1,407까지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도 연말까지 1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있다.

위기설 확산에는 정부의 미숙한 대응도 한몫했다. 올 7월 환율 방어를 한다면서 100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더군다나 한 달 만에 정책방향을 환율방어에서 물가잡기로 180도 바꿔 금융시장에서 신뢰를 상당히 잃었다.

하지만 경제위기설은 과장됐다는 진단이 많다. 외환위기 당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었던 강봉균(민주당) 의원은 증시, 금리, 외환 등 3가지가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금융시장은 경직되고 있다며 그러나 1997년과 같은 외환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치 기업이 부도설에 휘말리면 멀쩡한 기업도 부도가 날 수 있듯이 한국 경제도 위기론에 더 휘말리면 상황이 극도로 악화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일부 외신과 국내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위기설에 대해 정부의 신속하고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9월 위기설의 실체로 등장하는 채권 만기 집중 문제가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하지만 일부 저축은행과 중소기업 수익성 악화 등 우리 내부의 취약성이 미국 신용위기 등 외부 문제와 결합돼 진짜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잠재적인 불안 요인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