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이 첨단장비로 지휘체계를 갖추고 있다. 군은 1421일 경기 이천시와 안성시, 여주군, 강원 횡성군 일대에서 5만여 장병이 참가한 가운데 펼쳐진 육군 최대 규모의 군단급 야외기동훈련(FTX)에서 군단과 사단의 지휘소를 처음으로 본보에 공개했다. 본보 기자는 이 기간에 훈련에 참가한 육군 9사단 백마부대의 야외 사령부에서 함께 숙식하며 취재했다.
7군단은 청군, 2군단은 황군으로 나뉘어 각각 사흘씩 공격과 방어가 펼쳐진 이번 작전에서는 남한강을 군사분계선으로 삼는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사전 약속 없이 공방전이 펼쳐져 실전을 방불케 했다.
실전이냐, 훈련이냐=아군의 주요 표적인 황군의 포병부대 위치가 확인됐으니 포병연대는 즉각 공격하라.
사단장의 지시가 떨어지자 포병연대장은 예하 부대에 곧 이를 재지시했고 포격이 시작됐다.
공격작전이 시작된 것은 19일 오전 4시. 그러나 전날 밤부터 적진에 침투한 특수부대원들은 무선통신기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적인 황군의 전차, 포병 등 주력부대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오기 시작했다.
빔프로젝트로 보이는 9사단 사령부의 디지털 작전 상황도에는 무인정찰기가 보내 온 정보와 특수부대원들이 알려온 정보가 종합돼 황군 주력부대의 위치와 전투력이 속속 표시됐다.
군단은 물론 예하 연대에서도 지휘관들이 같은 스크린을 보며 실시간으로 화상회의를 열어 작전을 토의했다. 이 같은 정보의 획득과 공유는 무선망과 유선망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군 전용 통신망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군단의 정보종합분석실(CASIC)에서는 관련 부대에서 올라온 정보를 취합해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실시간으로 각급 부대 작전상황도에 아군과 적군의 전력을 알려주었다.
실제 포탄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정확히 포격을 가했는지는 심판격인 통제장교가 판단해 적진의 피해 규모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훈련이 진행됐다.
20일 오전 여주군 금사면 이포대교 남단에는 도하작전을 펼치기 위한 지휘본부가 차려졌다. 탱크와 장갑차, 트럭 등이 부교에 실려 강을 건너는 장면은 실시간으로 사단, 군단 지휘소로 무선통신망을 타고 전해졌다.
도하 훈련 중에는 적이 목표물을 감지하지 못하도록 강한 연막탄을 터뜨려 인근 도로까지 안개가 낀 듯 앞이 보이지 않았다.
21일 오전 2시에는 9사단 28연대의 2000여 명이 한꺼번에 헬기를 타고 적진 후방을 기습하는 작전이 펼쳐졌다.
불빛 하나 없는 남한강변으로 UH-60과 CH-47 등 헬기 50여 대가 동원돼 5대씩 내리고 뜨면서 30분 만에 전 병력을 싣고 목표인 횡성으로 날아갔다.
착륙지점 역시 불빛 하나 없었지만 장병들은 자세를 낮추고 신속히 목표지점을 향해 진격했다.
28연대장 이성준 대령은 실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심야에 강도 높은 훈련을 펼쳤다고 말했다.
쉬지 않는 사단장=9사단장 김춘수 소장이 참모진과 작전을 세우는 지휘본부는 5평 남짓한 이동식 차량이었다. 김 소장은 아군과 적군의 전력 변동 상황이 실시간으로 나타나는 작전상황도를 지켜보며 함께 있는 작전, 정보, 군수참모 등 주요 참모들과 작전을 논의했다. 군단장, 다른 사단장들과는 수시로 화상회의를 열어 군단 차원의 작전을 논의했다. 사단 예하의 연대, 대대장들과도 화상회의를 열거나 군 전용 무선전화로 작전을 지시했다.
그가 훈련기간에 먹는 하루 세끼 식단은 병사들과 똑같았다. 전사()에 해박한 김 소장은 베트남은 군이 언론과 대립각을 세우며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하지 못해 지지를 상실한 것이 패망의 한 원인이라며 첨단장비를 통해 완벽한 작전을 펼치는 우리 군의 모습을 통해 국민이 군을 믿고 안보에 자신감을 갖게 하기 위해 공개했다고 말했다.
어려워지는 훈련 여건=1994년 중단된 한미팀스피리트훈련을 대신해 온 군단급 FTX가 축소, 폐지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갈수록 훈련 여건이 악화되기 때문.
훈련에 참여하는 부대들은 전술적인 최적지가 아니라 주인이 빌려주는 땅을 우선해 주둔지로 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시가지화한 지역이 계속 늘어나면서 주민들은 소음과 교통사고 위험 때문에 훈련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탱크와 장갑차, 헬기가 움직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것도 사실. 또 지방도는 탱크 한 대가 지나가기에도 폭이 좁아 사고위험이 높다.
한 부대장은 훈련에 집중해도 모자란데 주둔지 계약과 교통대책까지 완벽히 갖춰야 하니 갈수록 힘겨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9사단 정훈참모 김진수 소령은 장기적으로는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대규모 전용 훈련장을 건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영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