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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 파기가 예술이 되기까지

Posted May. 06, 200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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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 돌과 나무에 새긴 글과 그림의 세계가. 슬프다. 생모와 누이들의 이름조차 모른 채 전남 나주 개펄에서 자란 촌놈의 삶이. 뜨겁다. 정식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도 도장 속 작은 세상을 예술로 승화시킨 예술가 정신이.

전각예술가 고암 정병례의 자전적 글들과 그의 전각예술 작품들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이 책은 전각예술이 21세기 미디어임을 여실히 보여 준다. 전각예술?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사람들은 풍경소리라는 지하철 포스터 연작과 베스트셀러 미쳐야 미친다의 표제어를 떠올리면 된다. 고암의 말처럼 전각은 글과 그림과 조각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다. 특히 17, 18세기 중국 청대에 눈부시게 꽃핀 예술 장르다.

이 책은 근대화의 거센 흐름 속에서 도장 파는 기술로 전락한 전각의 전통을 부활시키면서 창의적 멀티아트로 재탄생시킨 한 예술가의 고군분투기다. 또한 비주류로서 받아야 했던 상처와 설움을 삶의 지혜로 전환시키고자 몸부림친 고독한 영혼의 기록이다. 조금은 자기 연민이 섞이고 조금은 투박한.



권재현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