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지하암반 저장 쌀

Posted December. 23, 2005 03:00,   

日本語

파티의 즐거움을 더해 주기 위한 파티용품점, 반품()된 제품만을 싸게 팔아 인기를 끄는 반품 전문점, 주부층을 겨냥한 한낮의 연극 공연. 뭔가 남다른 가치와 서비스를 창출해야 살아남고 이길 수 있는 무한경쟁시대의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 사례들이다. 이들은 불경기 속에서도 기존 시장의 틈새를 공략해 히트를 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남이 모르는 좋은 낚시터라 부르기도 한다.

쌀 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PN Rice 나준순(50) 사장이 개발한 지하 암반() 저장 쌀도 그중 하나다. 경남 김해시의 폐()터널을 쌀 저장창고로 활용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나 사장은 김해시와 2년간 씨름해 터널 무료사용권을 따냈다. 지하 동굴처럼 사계절 내내 서늘해 오래된 쌀도 늘 햅쌀 같은 선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그는 친()환경 쌀을 구입해 이온수로 씻은 뒤 이곳에 저장해 놓고 자체 브랜드로 판매한다. 주문이 밀려들어 올해 2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몸에 좋은 영양소를 쌀 표면에 입히는 기능성 명품 쌀도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식이섬유 강화 쌀, 녹차 쌀, 칼슘 쌀, 배아() 현미. 쌀을 원료로 한 케이크, 과자, 빵, 아이스크림도 나왔다. 남아도는 쌀을 활용해 우리 입맛에 맞는 참살이(웰빙)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넓히게 되니 농민, 기업, 소비자 모두에게 득이 되는 일이다.

쌀 수입에 관한 협상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한 달이 됐지만 적지 않은 농민과 농업단체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린 홍콩에서 원정시위를 했고 일부는 현지 경찰에 구속된 상태다. 안타까운 점은 개방에 무조건 반대한다고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국가 전체의 이익 차원에서 볼 수밖에 없는 게 냉엄한 현실이다. 그래서 나 사장의 이런 말이 설득력을 갖는다. 품질과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어 역시 우리 쌀이야 하는 반응이 저절로 나오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송 영 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