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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엔 공식적 본사 서울엔 사실상 본사

Posted December. 01, 2005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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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침이니까 내려가긴 하지만 수도권에 벌여 놓은 일을 생각하면 암담하다.

경남으로 이전 예정인 대한주택공사의 한 간부는 30일 지금도 사업의 607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앞으로 파주신도시와 양주신도시 등 2기 수도권 신도시 사업이 본격화되면 지금보다 수도권에 인력을 더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답답해했다.

주공의 정종화() 노조위원장도 경남으로 가더라도 이름만 본사일 뿐 모든 업무는 수도권 지역본부에서 처리하는 두 집 살림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문제는 175개 지방 이전 대상 공공기관 가운데 이런 고민에 공감하는 곳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두 집 살림 불가피할 듯

전북으로 이전하게 될 한국토지공사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2기 수도권 신도시와 831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수도권에 1000만 평의 추가 택지를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당수 직원이 수도권과 전북 본사를 오가는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경남으로 옮겨갈 한국요업기술원과 산업기술시험원의 사정은 더하다. 세라믹 소재 전문 국책연구소인 요업기술원은 관련 업체가 대부분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있어 용역작업을 하려면 수시로 서울을 찾아야 한다.

부산으로 내려가기로 된 증권예탁결제원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서울에 자본시장과 모든 유관기관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예탁결제원이 부산으로 내려가면 업무처리를 위해 서울 출장이 늘면서 연간 100억 원대의 원격업무 처리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

정부 부작용 최소화특별법 검토

정부는 이에 대해 공기업이 시도별로 입주할 지역(혁신도시) 선정작업을 끝낸 뒤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9월 말까지 끝내기로 했던 혁신도시 입지선정은 30일 현재 4개 시도에서만 마무리됐다. 정부는 이날 11개 시도 관계자가 참가한 정부대책반 회의를 열고 15일까지는 입지 선정을 완료하기로 합의했다.

건교부는 공기업 지방 이전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별법에는 사업 특성이 인정되면 이전 대상 기관 중 일부 조직을 서울 및 수도권에 남겨둘 수 있고 기러기 아빠 등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이전 기관 직원들에 대해 주택 공급 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성대 권해수(행정학) 교수는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전산원이 경기 용인시로 갔다가 다시 서울로 되돌아온 전례가 있다며 공기업 지방 이전이 현재처럼 추진된다면 이런 일이 반복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각종 정책 결정권이 중앙정부에 집중된 상태에서 공기업을 전국 각지에 쪼개 놓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권한의 지방분산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북대 황희연(도시공학) 교수도 정책 방향은 맞지만 시간을 정해 놓고 추진하다보니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지금이라도 숨을 고르고 이전 대상 공공기관의 성격에 맞는 이전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헌 황재성 ddr@donga.com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