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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세 피아니스트 윤기선씨, 10년만에 국내 공연

85세 피아니스트 윤기선씨, 10년만에 국내 공연

Posted October. 18, 2005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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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음악인이든, 골프선수든 너무 빨리 유명해지려고 초조한 것 같습니다. 좋은 음악가가 되려면 세월을 충분히 담아낼 줄 알아야 합니다.

85세의 피아노 명인 윤기선(사진) 씨가 10년 만에 수원시향(지휘 박은성)과 함께 내한공연을 펼친다. 곡목은 자신이 1946년 국내 초연했던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 19일 오후 7시 반 경기 수원시 경기문화의전당 대공연장, 22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경기고보, 도쿄 예술대를 졸업한 윤 씨는 1948년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까지 임원식 씨가 지휘하는 고려교향악단과 함께 베토벤 협주곡 황제를 비롯해 리스트, 그리그,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을 국내 초연했다.

이번 연주는 30년 전부터 교분을 나눠온 수원시향의 지휘자 박은성 씨와의 협연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 지난해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박 씨를 만난 이후 1년 3개월 동안 하루 23시간씩 연습하며 꾸준히 연주회를 준비해 왔다.

왼쪽 눈에 녹내장이 와서 오른쪽 눈에만 의지하느라 무척 힘듭니다. 위산이 식도로 올라오는 병이 생겨 잠도 잘 못 자고요. 연습하기 전에는 죽을 것 같은데, 막상 연습을 시작하면 어디서 생겼는지 모를 힘이 나옵니다.

국내 최고령 피아니스트 연주 기록은 2001년 5월 아흔네 살의 나이로 무대에 섰던 김원복(19082002) 전 서울대교수가 갖고 있다. 미국 하트퍼트대 교수로 활동하던 윤 씨가 1968년 동아일보사 초청으로 20년 만에 귀국 무대를 가졌을 때 평론가 박용구 씨는 해방이 되고 음악계가 청년기로 발돋움하려 할 때 윤기선의 존재는, 여태껏 동호자끼리의 소꿉놀이와 같던 양악의 좁은 울타리를 사회적 관심사로 넓힌 최초의 스타였다고 그의 역할을 평했다.

윤 씨는 내 인생 중 1970년부터 7년간 한국에 와서 가르쳤던 때가 가장 행복했다며 미국 일본 필리핀 등 각국의 학생들을 가르쳐 봤지만 한국에서처럼 열의로 가득 찬 학생들은 없었다고 말했다. 1588-7890



전승훈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