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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버림받은 물리학

Posted October. 17, 2005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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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에는 천재들의 학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인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에게 바치는 찬사()겠지만 물리학은 난해한 학문이라는 선입견을 낳는 역효과도 있다. 그러나 물리학처럼 생활과 밀접한 학문도 드물다. 우리가 누리는 과학문명의 혜택이 모두 물리학에서 출발했다. 컴퓨터와 반도체는 고체물리학에서 탄생했다. 생명과학의 문을 활짝 연 DNA 발견도 물리학 이론을 생명분야에 적용한 결과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물리의 해이다. 국제순수응용물리연맹(IUPAP)이 물리의 해를 맞아 발표한 선언문의 한 대목은 세계 물리학계의 고민을 드러낸다. 오늘날 일반 대중 및 정책 수립자들에게서 물리학에 대한 인식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한국의 현실도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물리 과목을 선택한 응시자는 전체 57만 명의 수험생 가운데 2만5000명에 불과했다. 학생들은 수능을 보지 않는 과목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한국물리학회가 물리교육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대응에 나섰다. 20일 버림받은 물리교육 이제 고칩시다라는 세미나를 열고 개선 방안을 교육 당국에 건의한다고 한다. 최소한 이공계를 지망하는 학생이라도 물리를 배워야 할 것 아니냐는 것이 그들의 하소연이다. 물리학 전공이 아닌 교사들이 여러 과학 과목을 같이 가르치기 때문에 학생들이 궁금한 걸 물어보면 선생님은 학원에 가서 배우라고 한단다. 기막힌 현실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물리학은 철학의 한 분야였다. 신화와 감성이 지배했던 인간의 사고()체계에 논리와 이성을 부여한 물리학의 공헌은 지대하다. 어찌 이공계 지원자만 물리학을 알아야 하겠는가. 지식기반 사회, 창의성을 요구하는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기초가 물리학적 사고방식이다. 물리학이 만들어 놓은 과학문명 세상에서 물리학을 구걸해야 하는 학자들이 애처롭다. 나라의 앞날도 걱정이다.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