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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계천은 말한다

Posted October. 01, 2005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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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청계천이 다시 열린다. 어둠을 헤치고 맑은 시내로 거듭나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콘크리트로 덮인 지 47년, 복원 공사가 시작된 지 2년여 만이다.

청계천 복원은 물만 살려서 우리에게 돌려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생명의 복원이다. 인간 중심의 새로운 도시개발 모델이란 점에서 역사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일방통행식 개발이 아니라 시민의 절대적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 사업을 성공시켰다는 점도 큰 의미를 갖는다.

청계천 복원 자체가 소중한 결실이지만 거기에는 더 많은 교훈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이념이 아니라 실용, 말이 아니라 행동,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열정이 통했다는 점이다. 개혁은 민생을 편하게 하고 생산과 연결되는 것이어야만 국민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본보기다. 서울시는 복원사업에 3900억 원을 들였으나 경제적 파급 효과는 23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것만으로도 시민들이 다 함께 박수를 보낼 만하지 않겠는가.

서울시의 갈등조정 과정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초 복원계획이 발표되자 20만 명의 청계천변 상인이 생존 대책을 요구하며 반대했으나 서울시 관계자들은 4200여 회에 걸쳐 이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사업의 당위성과 경제적 효과를 설명했을 뿐 적당히 타협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원칙을 지킨 것이 오히려 상인들의 마음을 샀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구상단계에서부터 사회 원로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공사에 반영했다. 그 결과 당초 극심한 반발이 우려됐던 사업이 얼마 안 가 누구나 환영하는 사업으로 바뀌었다. 이해가 충돌하는 국책사업을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 주었다.

집권 2년 반 동안 생산과는 거리가 먼 코드 찾기, 편 가르기, 과거사 파헤치기에 몰두해 온 노무현 정권은 청계천 복원사업에서 국정 운영의 지혜를 찾아야 한다. 노 정권이 실사구시()의 자세로 국정에 임했다면 지지도나 나라 형편이 지금 같지는 않을 것이다. 청계천이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