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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보전진 위해 당당해진 사옥매각

Posted October. 01, 2005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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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옥을 바라보는 눈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부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투자신탁회사들은 사옥 매각을 구조조정 계획서에 단골 메뉴로 끼워 넣곤 했다. 하지만 사옥 처분 계획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은 극히 꺼렸다. 번듯한 건물 하나 없는 회사에 어떻게 돈을 맡기느냐는 고객들의 불안감 때문이었다.

지금은 우리투자증권에 넘어간 옛 국민투자신탁 빌딩은 현대가 인수한 뒤 현대투신증권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고, 부실이 깊어지자 주인이 또 바뀌어 푸르덴셜투자증권으로 넘어갔다. 이 회사는 과거 국민투자신탁 시절 한때 사옥을 판다는 소문이 돌자 고객들이 부도가 나는 것 아니냐며 돈을 빼가려고 해 직원들이 애를 먹기도 했다.

하나은행이 인수한 대한투자신탁증권은 공적자금 조기 상환을 위해 2003년 상반기 여의도 본사 사옥을 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직원들의 반대로 철회하기도 했다.

구조조정 차원 매각 많아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기업의 매각 리스트엔 사옥이 1순위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2000년 12월 동양그룹은 지주회사 격인 동양메이저와 동양시멘트 등이 입주해 있던 여의도 본사 사옥을 론스타에 650억 원에 팔았다. 그 뒤 이 빌딩에 세 들어 살다가 올해 2월 서울 종로구 서린동 알파빌딩으로 옮겼다. 원래 동양그룹 계열사들은 흩어져 있다가 1990년대 들어 여의도에 사옥을 마련했으나 구조조정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건물을 팔아야 했다.

한솔그룹은 2003년 2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 사옥을 홍콩계 투자회사에 판 뒤 한솔제지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나중에 되산다는 조건을 붙이지 않았고,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지금은 사옥 매각을 뼈아픈 과거로 후회하는 눈치다.

한화그룹은 28층짜리 서울 중구 장교동 빌딩을 2002년 3월에 구조조정전문 부동산회사인 CR리츠에 팔았다. 한화는 이 건물을 1860억 원에 팔았지만 4년 뒤인 내년 3월에 되살 수 있는 조건을 붙였다.

김승연() 한화 회장이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던 여의도 한화증권 건물도 2002년 8월 1381억 원에 CR리츠에 팔고 5년 뒤 되사기로 했다.

LG그룹 계열의 데이콤은 지난해 빚을 줄이기 위해 서울 강남사옥을 한 중견 건설업체에 팔고 7개 층을 빌려 쓰고 있다.

신규사업 진출 위한 디딤돌 되기도

최근 SK는 인천정유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옥을 내놓았다.

세일 앤드 리스 백(매각업체가 임차) 형태로 팔릴 이 건물은 메릴린치 주도의 컨소시엄에 4500억 원 안팎에 팔릴 예정이다. 나중에 되사는 조건도 덧붙이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건물을 팔면 은행돈을 빌리지 않고도 새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사옥 매각은 구조조정 차원을 넘어 자산 유동화를 통해 신규사업 진출의 발판이 되기도 하지만 금리가 낮은 은행돈을 두고 굳이 건물을 팔아야 하느냐는 시선도 없지 않다.



최영해 손효림 yhchoi65@donga.com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