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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에 다시찾은 한국의 소리

Posted September. 27, 2005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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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 때 전시됐던 한국의 국악기가 발견됐다.

파리 음악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들 악기는 가야금 거문고 해금 대금 등 모두 13점이다. 당시 박람회에 참가했던 한국 사절단은 모두 17점을 프랑스에 기증했으며 이 가운데 분실된 4점을 제외한 나머지를 음악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는 것.

학계에 따르면 국내외를 통틀어 나무나 가죽으로 만들어진 고악기 가운데 100년이 넘은 악기가 보관돼 있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이번에 발견된 악기는 보물급은 아니지만 귀중한 유물로도 평가된다.

이들 악기는 그동안 파리의 여러 박물관을 거치며 줄곧 수장고에만 보관돼 있어 존재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다 음악박물관에서 비유럽권 악기 전시를 담당하고 있는 학예연구원 필리프 브뤼귀에르 씨의 노력으로 마침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브뤼귀에르 씨는 수소문 끝에 파리 인류박물관에 보관돼 있던 한국 악기를 찾아내 지난해 음악박물관으로 옮겨 왔다. 음악박물관은 2007년까지 비유럽권 악기 전시실을 두 배로 늘려 한국 악기 7점가량을 전시할 계획이다.

악기의 보관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거문고와 해금의 현을 받치는 괘((과,환)) 일부가 파손되고 장구는 좌우 가죽만 남았다. 박물관 측은 전문가를 동원해 악기 복원 작업을 진행 중이다.

송혜진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는 105년 전 파리 만국박람회 때 국악기가 전시됐고 연주까지 됐다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라면서 17점이나 기증됐다면 이를 통해 당시 국악 연주단의 악기 편성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1900년 에펠탑이 위치한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 한국은 명성황후의 조카인 민영찬() 법부협판(법무차관 격)을 대표로 한 사절단을 보냈다. 사절단은 도자기 책 악기 황제의상 농기구 무기 유리제품 금은제품 농기구 농산물 등 수백 점을 전시했으며 박람회가 끝난 뒤 이들 악기를 프랑스 국립음악박물관(Musee du conservatoire national de musique)에 기증했다.

국립음악박물관 측은 수장품 목록에 이를 민룽수 왕자(prince Min Lung Chou)가 선물한 대한제국(lempire de Coree)의 악기라고 기록해뒀다. 1931년에는 인류박물관이 문을 열면서 이들 악기를 가져갔고 다시 1997년 개관한 음악박물관(Musee de la musique)으로 지난해 옮겨졌다.

현재 비유럽권 악기 전시실에는 일본 중국 인도의 악기가 있지만 한국 악기는 없다.



금동근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