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불안 선거

Posted September. 20, 2005 06:42,   

日本語

추쿤프츠앙스트(zukunftsangst미래에 대한 불안). 18일의 독일 총선거를 지배한 유권자 정서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이 한마디로 요약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11.6%의 실업률에 언제 실직할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독일인들은 돈이 있어도 못 쓴다. 경제가 과연 나아질 것인가. 두려움의 확산에 대한 두려움이 집단 신경쇠약증 단계다. 선거 결과는 어떤 당에도 과반수를 주지 않은 혼미()의 연정()으로 나타났다.

씻겨 주세요. 물에 젖게 하진 말고. 정치학자 저겐 폴터(마인츠대) 교수가 지적한 독일인들의 심리다. 고용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과도한 복지혜택을 줄여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건 안다. 앙겔라 메르켈이 이끄는 보수야당 기민련이 제1당이 되고 친()기업적인 자민당이 약진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래도 개혁은 두렵다. 집권 사민당이 불과 3석 차이로 추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메르켈이 총리가 되면 사회 정의는 사라진다고 엄포를 놓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미디어 전략이 상당히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분명해 보이는 건 누가 총리가 돼도 궁극적으론 같은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메르켈 당수의 경제 공약과 슈뢰더 총리의 어젠다 2010은 놀랄 만큼 비슷하다. 기업 경쟁력 제고와 시장 활성화가 초점이다. 과감한 정공법이냐, 점진적인 우회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러나 이것은 큰 차이다.

독일 국민 36%가 기민련과 사민당의 대연정을 선호한다지만 이렇게 되면 메르켈 당수는 호텔 엘리베이터에 갇혀 버린 객실 손님 꼴이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한 정부를 구성할 수 없어 소신껏 개혁 정책을 펴기 힘들어서다. 세수() 1900억 유로 중 800억 유로를 연금으로, 300억 유로는 실업수당으로, 400억 유로는 국가 부채에 대한 이자로 쓰는 나라에서 복지놀음을 계속하는 건 국가적 자살이나 다름없다. 불안한 나날을 얼마나 더 보내야 독일인들은 개혁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