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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식당 없는 한국호텔

Posted September. 13, 2005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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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임금님은 추석()에 어떤 음식을 드셨을까. 궁중음식연구원에 따르면 임금님의 한가위 차례상은 반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임금님도 햅쌀로 빚은 송편과 술로 조상께 수확의 기쁨을 알렸다. 송편과 토란탕, 닭찜, 배수정과, 햇밤, 버섯요리, 송이산적, 화양적 등 추석 음식이 임금님의 수랏상에 올랐을 것이다.

임금님이 드시던 추석음식은 미국인에게도 인기다. 미국 뉴욕 맨해튼 32번가에서 한국 전통 궁중요리 전문점 한가위는 한 끼 가격이 100 달러나 되는데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기네스 펠트로, 리처드 기어, 캘빈 클라인 등 스타들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서민음식인 비빔밥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됐다. 2월 방한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냉이, 유채, 달래, 취나물 등 봄나물에다가 고추장을 듬뿍 넣은 비빔밥을 맛있게 먹었다.

한국음식이 일본 중국 음식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일식의 국제화 성공 뒤에는 일본 요리사들의 노력이 있었다. 생선회의 경우 올리브유를 살짝 쳐서 미국인의 거부감을 해소했다고 한다. 한식조리사 연구회 이재훈 위원은 한국음식의 취약점인 냄새만 해결하면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한다. 된장만 해도 볶으면 향은 사라지고 맛은 그대로 남는다고 한다. 솔잎 기름으로 전을 부치면 은은한 솔잎 향을 낼 수 있다. 웰빙 코드의 집약체인 한국요리가 향까지 겸비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한류 열풍으로 한식을 찾는 외국인이 늘고 있지만 특1급 호텔의 한식당은 명맥을 잇기도 어려운 처지다. 서울시내 17개 특1급 호텔 가운데 5곳만이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한식당에 밀린데다 한식특성에 맞는 경영기법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롯데호텔의 한식전문요리사 24명은 호텔 한식당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한국요리 연구개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이 대장금 정신으로 분발한다면 한국 호텔들은 한식을 알리는 대표주자로서의 명예를 얻고, 한식 국제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임 규 진 논설위원 mhjh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