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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배워서 슬픈 사람들

Posted September. 10, 2005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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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중앙고용정보원 측이 2002년과 2004년 통계청 자료 등을 이용해 작성한 직종별 요구 학력과 산업 직업별 고용구조 조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서울의 유명 사립대 박사(법학) 출신인 김영민(34) 씨는 몸담았던 보습학원이 잇따라 부도가 나자 학원 강사를 그만두고 서울 중구 남대문로 및 무교동 일대에서 퀵서비스 일을 했다. 그러나 몇 번 오토바이 사고를 낸 뒤 지금은 서초구 잠원동의 한 자전거대리점에서 수리공으로 일하고 있다. 수입은 부정기적으로 받고 있는 월 45만 원 선이 전부. 수차례 초등학교 사환 자리에 응모했으나 너무 배웠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했다.

부산에서 4년제 대학을 나온 이모(29) 씨는 지난해 말 인천지방해양청의 등대원 특별채용시험에 합격해 현재 인천 팔미도에서 등대지기로 일하고 있다.

이 같은 학력 과잉 및 하향 취업 실태는 올해 직업훈련학교 입학생 추이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직업훈련학교는 고졸 이하 학력자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올해 마련된 1년 과정의 기능 훈련 프로그램.

올해 전국 21개 직업훈련학교에 입학한 6461명 가운데 4년제 대학 졸업자가 876명, 2년제 전문대 졸업자가 1334명이었다. 전문대졸 이상 고학력자가 전체의 31%를 차지한 것.

이 비율은 2000년 5%, 2002년 8%, 2003년 13%, 2004년 18%로 매년 급등하는 추세다.

올해 충주 직업훈련학교에 입학한 L(29) 씨는 3년 전 지방 유수 국립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L 씨는 취업을 하는 데 4년제 대졸 출신이라는 것이 아무 소용이 없더라. 시간과 돈만 낭비했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 고등학생의 대학진학률은 82.1%로 세계 최고 수준.

올해 2월 졸업한 전문대 이상 고학력자도 49만 명(2년제 전문대 22만 명, 4년제 대학 27만 명)으로 10년 전의 32만 명에 비해 17만 명(53%)이나 늘었다.

반면 대졸자들이 갈 만한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는 오히려 줄고 있다. 30대 대기업 그룹, 공기업, 금융업 취업자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에 158만 명이었다. 이후 매년 줄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130만 명으로 28만 명이나 감소했다.

학력 과잉은 필연적으로 국력의 낭비와 사회 전반의 비효율을 초래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추산한 2년제 및 4년제 대학 졸업 비용은 6700만1억2000만 원. 이에 따라 대졸 출신 미취업자를 기준으로 산출한 사회적 비용만도 20조 원이 넘는다는 설명이다.

중앙고용정보원 박천수() 동향분석팀장은 산업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일단 대학에 가고 보자는 막무가내식 진학으로 중소기업은 인력난, 대졸자들은 취업난을 겪고 있다면서 한국의 인적자원관리 시스템은 학력 과잉의 덫에 걸려 있다고 진단했다.



김광현 배극인 kkh@donga.com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