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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억 돈자루 싣고 튀다

Posted August. 29, 2005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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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건설업체 자금담당 직원이 74억6000만 원을 모두 1만 원권 현금으로 인출해 달아났다.

70억 원대의 현금 횡령사건은 처음. 돈의 무게만 800kg이 넘는다. 이 직원은 평소 성실하게 근무한 데다 가정적인 문제도 없어 범행 동기에 의문이 생기고 있다.

범행=경남 마산시 월포동에 700가구분의 재건축아파트를 짓고 있는 B건설 개발사업본부 자금담당 차장 안모(39경기 고양시 일산구) 씨는 26일 오후 1시 반경 현금 74억6000만 원을 인출해 달아났다.

이 돈은 아파트 조합원과 일반분양자가 입금한 중도금으로 안 씨는 A은행에서 42억6000만 원, B은행에서 32억 원을 인출했다.

안 씨는 22일 두 은행에 입금된 중도금을 같은 은행에 있는 자신의 계좌로 옮겼다가 26일 오전 은행에 전화를 걸어 모두 1만 원권 현금으로 찾아 마산시 교방동 재건축아파트 사무실로 갖다 달라고 요구했다.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안 씨가 추석을 앞두고 현장 직원들의 급료를 지급할 것이라고 말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피 행적=그는 미리 빌려둔 카니발 승용차에 3억 원씩 든 현금 자루 25개를 싣고 마산시 중앙동 모델하우스의 사무실에 들러 개인 짐을 챙겼다.

안 씨는 이날 충북 충주시의 처형(49) 집에 들러 현금 자루 7개(23억500만 원), 서울 관악구 신림동 여동생 집에 현금 자루 7개(21억 원)를 내려놨다. 일산 자신의 집에는 현금 자루 1개를 갖다 놓고 사라졌다.

그는 돈 자루를 나눠주면서 친인척에게 그동안 신경을 못 써서 미안하다. 챙겨두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인척에게 돈을 나눠준 사실은 여동생이 경찰에 신고해 알려졌다.

안 씨가 타고 달아난 카니발 승용차는 27일 오전 2시 15분경 경부고속도로 죽산휴게소에서 발견됐다. 차 안에 돈은 없었다.

도난당한 현금 자루는 주로 쌀 등을 담는 황색 비닐포대로 현금이 가득 든 1자루의 무게는 40kg가량이다. 또 용의차량에 대한 감식작업 결과, 운전석이 있는 1열을 제외한 2, 3열 좌석은 돈자루를 쉽게 싣도록 아예 뜯겨 있었다.

수사=경찰은 안 씨의 연고지에 형사대를 보내 안 씨의 행적과 회수되지 않은 29억여 원의 행방을 조사 중이다. 친인척 등에게 나눠준 45억500만 원은 회수했다.

또 B건설과 은행 관계자를 상대로 안 씨의 범행 배경을 캐고 있다. 부피가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돈을 옮긴 데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차량을 버린 점 등으로 미뤄 공범이 있는지 수사하는 중이다.

경찰은 안 씨가 외국으로 달아날 것에 대비해 출국금지조치를 내렸다.

서울의 사립 명문대를 졸업한 안 씨는 1990년 B건설에 입사해 분양업무를 담당하다 3년 전부터 자금을 관리해 왔다.

회사 동료는 성실한 데다 성격이 차분한 편이며 돈에 쪼들리는 것 같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강정훈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