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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20년간 제자리 마라톤마저 와르르

Posted August. 25, 2005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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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용 기권, 제인모 54위, 조근형 60위.

최근 끝난 헬싱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마라톤이 받은 처참한 성적표다.

마라톤이 이 정도니 다른 종목은 겨우 숨만 쉬고 있는 수준으로 보면 틀림없다. 26년간 깨지지 않는 남자 100m 한국 기록을 비롯해 남자 200m(1985년 장재근 20초 41), 여자 원반던지기(1984년 김선화 51m 64), 남자 1만 m(1986년 김종윤 28분 30초 54) 등도 20년간 제자리걸음이다.

삼성이 맡으면 다르다?=삼성중공업 출신 이대원 전 회장이 1997년 대한육상경기연맹에 취임하자 육상인들의 기대는 실로 컸다.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국내 굴지의 기업 삼성이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한국 육상에 단연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란 희망.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마라톤을 보면 박정기 회장 시절(전 한국전력 사장) 100명이 넘던 선수가 60여 명으로 급감했다. 그나마 2시간 10분 이내 기록이 가능한 남자 선수는 이봉주 지영준 2명, 2시간 30분 이내를 뛰는 여자 선수는 이은정 1명뿐이다.

육상연맹은 삼성 홍보실?=일본은 국내 마라톤대회를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선발전으로 활용한다. 스타플레이어들이 국내에서 자주 뛰어야 꿈나무 선수는 물론 국민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부터 은근슬쩍 해외 대회에서 뛰어도 출전권을 준다고 바꿨다. 이봉주는 이후 4년간 국내 대회에선 모습을 감췄다. 그 대신 2001년 보스턴마라톤에서 우승하는 등 각종 해외 대회를 섭렵했으니 삼성 홍보에는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삼성의 선수 독식도 문제다. 이봉주 이은정은 다른 팀에서 키워 놓은 선수. 코오롱으로 가기로 돼 있던 한 유망주가 갑자기 삼성전자로 간 적도 있다.

연맹은 또 서울국제마라톤이 있는데도 삼성과 연관이 있는 하프마라톤대회를 풀코스로 승격시켰다. 세계적으로 수도에는 1개의 국제마라톤대회만 있는 불문율이 깨진 첫 사례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