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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 100년, 그 격동의 세월

Posted August. 02, 200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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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1부 전시는 조선왕조 몰락부터 개화기, 일제 침략, 광복을 거쳐 419혁명 이전까지 회화와 조소, 공예, 디자인, 광고, 사진, 영화, 건축, 만화 등 800여 점이 전시된다.

미술사적으로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은 최근 발굴된 최지원()의 목판화 걸인과 꽃. 개인이 소장해 온 이 작품은 꽃을 든 헐벗은 여인 뒤쪽으로 물동이를 이고 가는 소녀의 모습을 대비시킨 단색 목판화다. 그동안 실물의 행방이 알려지지 않은 채 한국인의 판화로는 처음으로 1939년 18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선보였다는 기록만 전해져 왔다. 이 작품의 발굴로 1950년대 후반이 처음인 것으로 추정되어 온 한국 현대판화의 역사가 20여 년 앞당겨졌다.

주호()가 호인 최지원은 정확한 생몰연대조차 알려지지 않았으나 집이 가난해 평양의 광성고등보통학교 2학년 때 중퇴하고 독학을 하면서 판화 제작에 몰두했으며 일본 사람들에게서 한국의 밀레라는 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전시에는 이 밖에도 김기창의 유화 해녀(1936년), 김규진의 수묵화 세죽(연도 미상) 등이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해녀는 1936년 제15회 선전에서 입선을 차지한 작품으로 1999년판 전작 도록 운보 김기창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다. 김기창은 1977년 정우사에서 펴낸 나의 사랑과 인생에서 목포 바닷가의 해녀 4명을 그린 뒤 멋진 배경이 필요해 1월 말 함흥의 바닷가 절벽을 찾아 5일간 눈발과 거친 바람을 맞아가며 고생 끝에 완성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조각가 문신의 1948년 작 유화 고기잡이, 북한 미술 형성에 크게 기여한 러시아 레핀아카데미 교수였던 변월룡의 1953년 작 김용준(월북 작가)의 초상, 그 이듬해 작품인 북한의 작가 이기영 초상, 국내 추상도안의 역사를 증언하는 이순석의 1931년 작도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

여기에 우리나라 최초의 누드화인 김관호의 해질녘(1916년), 김만술의 브론즈 작품 해방(1947년), 이쾌대의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194849년) 등도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미술관 측은 신문, 잡지의 삽화 등 인쇄물과 의상 등 시대상을 반영하는 자료도 곁들여 한국현대사를 시각적 이미지물로 훑을 예정이다. 개막 당일 퍼포먼스 소리 공연: 1930년대를 가다와 한국근대영화제(1214일)가 마련돼 있다. 10월 23일까지. 02-2188-6000



허문명 ang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