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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정

Posted May. 02, 2005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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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다. 가정의 달이다. 먹고사는 데 쪼들렸던 시절에는 1년, 열두 달, 365일이 가정의 달, 가정의 날이었다. 가족들은 좁은 방, 한 이불 속에서 넉넉한 내일을 꿈꾸었다. 내 집에서 풍성한 식탁을 둘러싸고 오순도순 식사하는 가족의 모습을 그렸다. 살림살이가 나아지며 꿈의 절반은 이뤄졌다. 그러나 가족단란()의 꿈은 오히려 멀어져 갔다.

파편화된 가정에서 단절된 가족과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눈부신 정보기술(IT) 덕분에 무제한대량동시 소통()의 시대로 바뀐 오늘날, 정작 가족 간의 소통에는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은 역설적이다. 소통 총량의 법칙이라도 있는 것일까.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TV를 보는 시간이 늘수록 가족과의 소통 시간은 줄어든다.

가정 피폐는 회사인간 아빠, 맞벌이 엄마, 입시경쟁에 내몰리는 아이들이 감수해야 할 고통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화목한 가정을 이룬 사람들은 달리 말한다. 가족에 대한 관심 부족과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역할 태만이 문제라는 것이다.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충고다.

며칠 전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야간운동회를 열었다. 직장 때문에 운동회에 오지 못하는 아빠나 맞벌이 부모를 위해서란다. 80%가량의 아이들이 아빠의 손을 잡고 나왔다니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한 시민단체는 TV는 먼 곳에, 사랑은 내 곁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어제부터 한 주일간 TV 안 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TV 볼 시간에 가족과 대화하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운동회에서 같이 한 번 달리고, 일주일간 TV를 보지 않는다고 해서 가족 간의 사랑이 깊어질 수는 없다. 가정은 결국 진솔한 대화와 끊임없는 관심, 따뜻한 배려로 지킬 수밖에 없다. 거기서 쌓이는 가족애만이 가정을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수많은 가족프로그램이 손짓하고 있다. 가장()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번쯤은 나들이를 할 일이다. 모르는 사이에 아이들이 부쩍 커 버리듯 5월의 신록도 하루가 다르게 짙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