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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 인간-침팬지, 사랑도 폭력도 닮았네

Posted April. 29, 2005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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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은 1963년 복종에 대한 행동주의적 연구를 주제로 인간심리를 시험했다. 그는 시험에 참석한 일반인과 학생들에게 각각 역할을 주고 일반인이 희생자 역할을 맡은 학생에게 질문을 해서 답이 틀리면 전기고문 버튼을 누르도록 지시했다.

실제 전기는 흐르지 않는다. 밀그램은 미리 학생들에게 전압이 올라갈 때마다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연기를 하도록 시켰다. 시험 결과,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도중에 시험을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진행했다. 이들은 학생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묵묵히 관찰하고 심지어 즐기는 모습도 내비쳤다. 이 시험은 인간의 폭력성이 얼마나 쉽게 명령에 동조하고 환경에 좌우되는지를 보여준다.

소설 다니는 인간 폭력성의 근원을 밀그램의 시험 결과에서 찾고 있다. 즉 인간의 폭력은 환경에 의해 발현된다는 것이다. 지식소설을 표방하는 이 책은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부터 심리학자 B F 스키너의 신행동주의 이론, 동물생태학자 콘래드 로렌츠의 동물의 본능적인 공격성까지 60여 개의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이론을 통해 폭력성에 대한 담론을 담아 내며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주인공 제니퍼 모건은 탄자니아에서 침팬지들에게 수화를 가르치는 동물행동학자. 그의 주변에는 동서로 나뉜 숲이 있고 각각 다른 집단의 침팬지들이 살고 있다. 제니퍼는 수가 적은 서쪽 숲 침팬지들을 연구하던 중 다니라는 암컷 침팬지와 친해진다. 어느 날 개발업자 웨슬리 경이 동쪽 숲을 벌목하면서 침팬지 서식지는 사라진다. 동쪽 숲 침팬지들은 생존을 위해 서쪽 숲으로 건너가 다니를 포함한 서쪽 침팬지들을 학살하기 시작한다. 이를 막기 위한 제니퍼의 처절한 싸움도 시작된다.

저자는 침팬지들의 제너사이드(Genocide같은 종족 내에서 벌어지는 집단 학살)를 통해 인간의 폭력성이 어디서 기원하고, 그것이 어떤 상황에서 나타나는지를 보여 준다.

이 소설은 이야기 전개의 축으로 폭력성을 포함한 인간의 행동은 유전자가 결정한다는 유전자 결정론과 환경이 인간 행동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보는 환경결정론을 대립시킨다. 약육강식과 폭력성이 인간의 동물적 본능이라는 본능주의와 후천적 학습을 통해 폭력성이 습득되고 강화된다는 행동주의도 서로 충돌한다.

저자는 이에 대한 해답으로 주인공 제니퍼와 침팬지 친구 다니의 종()을 초월한 사랑을 제시한다. 제니퍼는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사랑한다는 것은 운명을 같이한다는 뜻이야라고 외치며, 언젠가는 폭력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선한 인간의 본성이 구현될 것이라고 말한다. 제니퍼는 폭력적 인간의 대척점에 있는 이타적 인간의 본성을 보여 주는 캐릭터다.

책에서 계속 이어지는 심리학과 생물학 이론을 비롯해 코소보의 인종청소, 나치의 유대인 학살 등 인류의 제너사이드 역사에 대한 설명은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Faction=Fact+Fiction) 장르의 장점을 극대화한다. 다만 지식을 독자에게 지나치게 설명하듯 표현한 대목들이 아쉽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