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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참선 얼차려

Posted April. 18, 2005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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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갔다 온 사람은 두 부류다. 나만큼 고생 많이 한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와 나같이 한량하게 때운 사람은 없을 거야 하는 경우다. 비무장지대(DMZ) 철책선에서 근무해도 좋은 상관과 고참을 만나 맘 편히 군대생활을 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후방에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보직을 받았지만 고약한 내무생활로 하루하루가 지겨운 쪽도 있다. 국방부 시계는 그런 점에서 상대성 원리가 적용된다.

육군이 병사들의 군기()를 잡는 얼차려 규정에 참선을 포함시켰다. 참선을 통해 병사들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도록 한다는 취지다. 일병과 이병은 20분 이내에 한 차례만, 상병과 병장은 1회 20분 이내로 두 번 반복할 수 있도록 했다. 팔굽혀펴기, 앉았다 일어서기, 개인호를 팠다가 메우기, 완전군장 구보 등 종전의 얼차려에 대한 보완책이다. 군 관계자들은 원산폭격이나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같은 인격 모독성 얼차려는 사라진 지 오래라고 장담한다.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도 갖게 된다. 병영 내의 구타와 가혹행위는 대부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저질러졌다. 국방부의 발표대로라면 우리 군은 진작부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군대다. 체력 단련 강도()가 약해진 얼차려 규정을 보고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강군()이 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생긴다. 가뜩이나 신세대 장병들의 나약함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은 마당이다.

하지만 참선이 얼마나 힘든지는 해 본 사람만이 안다. 제대로 하려 한다면 참선과 반성문 쓰기 등 정적() 얼차려가 동적() 얼차려에 비해 결코 쉽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밤샘 참선을 강요하는 병영판 용맹정진()이나 오랜 시간 가부좌를 틀고 눕지 못하도록 하는 군대식 장좌불와() 같은 고강도 참선 얼차려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규정이 아니라 인간이지 싶다.

오 명 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