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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쓰나미

Posted December. 27, 2004 22:58,   

日本語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었다. 파도도 거의 없는데 수면이 우뚝 치솟더니 순식간에 도로와 집을 덮쳤다. 스리랑카에서 이번 쓰나미(tsunami)를 목격한 한 미국인은 성경에 나오는 장면 같았다고 했다. 노아의 방주에서, 세상의 종말에서 살아난 심정이었을 것이다. 호텔방에서 잠자다가 물 위로 무섭게 돌진해오는 냉장고며 자동차를 피해 베개를 붙잡고 간신히 빠져나온 크리스마스 피서객도 있었다.

쓰나미가 영어인지 일본어인지, 어떻게 쓰는 건지, 읽는 건지 이번에 처음 안 이도 적지 않을 터다. 나루()와 파도()가 합쳐진 일본어로 1963년 국제과학회의에서 채택된 지진해일이란 뜻의 세계 공용어란다. 바다 밑, 그것도 주로 태평양 해저에서 지진이나 화산 폭발, 거대 지각 함몰 때 발생한다. 지진해일은 보통 파도라 할 수 없지만, 파도가 지진과 관계 있으리라는 생각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투시디데스와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이어져왔다. 그래도 그리스 전설에서 파도는 수동적 이미지로 풀이됐다. 외부적 힘이 가해져 내부의 본능적 충동이 폭발하거나, 인간의 오만이 신과 맞서려 할 때, 중요한 변화의 상징으로 등장해왔다.

거대한 쓰나미 또는 화산 폭발, 지진은 테러리즘보다 훨씬 위협적이다. 불과 넉 달 전 영국의 과학자들은 왕립학회 브리핑에서 이렇게 걱정했다. 어느 나라에서도 지지스(Gee Gees지구적 지구물리학의 사건)가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 같은 악의 축 국가에 대해선 대량살상무기(WMD)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선제공격까지 하면서, 위험성이 분명히 보이는 지지스에 대해 거의 무방비상태라는 것이 놀랍다는 지적이었다.

이번 쓰나미가 지구 온난화나 기후 변화로 생겨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태평양 바다 저 깊은 곳에서 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경고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모든 비극이 대체로 그렇듯이, 조기경보체제만 제대로 갖춰져 있었더라면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게 더 큰 비극이다. 쓰나미를 막을 길은 쉽지 않다. 사람이 자연과 기후 보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는 게 지지스에 대비하는 첫걸음인 듯싶다.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