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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처럼 움츠린 북

Posted December. 14, 2004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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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가 잔뜩 웅크린 형국이다.

통일연구원 이교덕(정치학박사) 북한연구실장은 2004년 북한의 모습을 이같이 압축해 표현했다. 북한은 올 2월 30여 년 만에 처음 전당사상일꾼대회를 개최한 이래 1년 내내 국내외의 체제불안 요인에 움츠리면서도 이에 대항하며 고난의 행군을 이어갔다.

체제의 위기와 단속=전당사상일꾼대회에서 북한 당국은 주체사상과 선군()이념을 강조해 주민들의 사상 단속을 강화하려 했다. 4월 29일의 6차 형법 개정 역시 시장경제 유입과 남북교류로 인해 해이해진 사회기강을 조이고, 체제를 수호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 그럼에도 북한 당국은 7월 말 468명의 대규모 탈북자가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남북관계의 경색과 6자회담 참가 거부 등도 결국 북한내부의 불안요인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동국대 북한학과 강성윤() 교수는 장성택() 노동당 제1부부장 좌천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부인인 고영희 사망 등 굵직한 북한 내부 사건과 미국의 북한인권법 발효 등으로 사회 기반이 통째로 흔들린 것도 북한 핵문제와 남북관계 파행의 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김용순() 대남담당비서에 이어 올 9월 송호경() 조선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사망한 것도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쳤다. 대남일꾼의 부재와 세대교체 실패 등에 따른 남북대화 진행과정의 잡음도 들렸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산가족 면회소 건설을 위한 지질검사나 개성공단 통신협상 등을 하루 전에 갑작스레 취소하는 등 대남라인의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해 대남사업 실무부서도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후계구도 조기가시화?=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 연구위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의 후계자로 지명된 1974년과 2004년의 모습에서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 위원장 후계 지명 시 김일성 주석의 나이가 62세였는데 현재 김 위원장의 나이가 62세이고, 후계 지명 직전에 이루어진 당시 2인자 김영주() 당 조직지도부장의 정계은퇴와 실세 장성택의 숙청도 맞아 떨어진다는 것.

정 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미 포스트 김정일을 결정했고, 후계자는 고영희의 장남 김정철(23)일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그는 내년은 북한이 해방 60주년, 당 창건 60주년, 선군정치 시작 10주년, 615공동선언 발표 5주년이 되는 해로 제7차 당대회를 소집할 가능성이 있다며 김 국방위원장이 당대회 개최와 당규약 개정 등을 통해 후계자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후계구도 조기 가시화를 통해 체제안정을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후계구도가 정해진 징후는 발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태원 tae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