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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군사팽창을 우려한다

Posted December. 28, 200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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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중국해에서 괴선박이 일본해상보안청 순시선의 추격을 받던 중 침몰한 사건은 군사대국 일본이 더더욱 대외로 힘을 뻗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일본은 1998년 8월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 발사실험을 했을 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과의 전역미사일방어(TMD)체제 공동연구를 발표했고 2002년까지 지상에 있는 1 이하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군사첩보위성 4기를 발사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국회는 1969년 국회의 이름으로 우주에 평화적 목적이 아닌 그 어떤 물체도 발사하지 않는다는 결의를 한 바 있는데 이 결의를 번복하기 위한 명분을 노려 오던 중 북한이 결정적인 구실을 마련해 준 것이었다.

그러다가 북한 공작선으로 추정되는 괴선박이 1999년 3월 일본 영해를 침범하고 북한 내 항구로 입항한 사건을 계기로 지난 가을 일본 영해를 침범한 괴선박에 대해 사격을 가할 수 있도록 해상보안청법도 개정했다.

게다가 미국의 대테러전쟁을 기화로 일본 자위대가 전후 최초로 해외로 파견되는 등 달갑지 않은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 마당에 일본 순시선이 전후 최초로 추적하던 괴선박에 기관포를 발사함으로써 최초의 기록을 또다시 경신케 된 것이다.

일본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영해 밖에서도 선체에 대한 위협사격이 가능하도록 법률을 재정비하려는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 선박이 북한의 남포항을 출발했다는 미국 첩보위성의 정보와 북한과 무선통신을 주고받았다는 보도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북한은 또 한번 전후 일본의 대외 군사적 팽창을 도와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북한은 일본의 해외파병과 군사팽창을 비난하고 있지만 오히려 스스로 일본의 군사팽창을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괴선박 사건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중국 측 배타적경제수역(EEZ) 내로 들어가 선체사격을 가했다는 점이다. 일본은 그동안 중국 선박들이 일본 영해 내로 들어와 조사활동을 벌인다며 중국 정부에 대해 여러 차례 준엄한 경고를 계속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본의 순시선이 중국 EEZ 경계선을 넘어 추격과 사격을 가한 것이다.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경계의 소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측이 보여준 이 같은 공세적 행동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지 않아도 영해침범 문제로 중국과 일본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마당에 이번 사건이 중일간의 해양 대립의 선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일본열도 주변에 위기가 발생할 경우 미국을 도와 참전키로 되어 있는 미일 신방위협력지침은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만해협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이 같은 공세적 무력 대응이 향후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 깊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일본은 가공할 첩보능력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구소련 전투기의 대한항공 여객기 격추 사건 당시 소련 전투기 조종사와 대한항공 조종사간의 대화내용을 생생하게 녹취, 정보수집 능력이 세계 정상급임을 보여주었던 일본은 이번에도 괴선박과 북한간의 무선교신을 포착해 그 능력을 다시 입증한 것이다.

일본은 이미 1997년 1월 통합막료회의의 육상, 해상, 항공자위대의 정보관련 부문을 통합해 정보본부를 발족하고, 첩보위성 보유를 염두에 두고 위성에서 보내온 지구관측 데이터를 분석하는 화상부()까지 설치하는 등 이미 정보대국의 길을 열어 놓았다.

북한 영변에 핵시설이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공표한 일본 사카다 교수는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민간위성으로도 군사첩보위성 못지않은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고 증언한 바 있는데, 이미 이러한 능력을 지닌 일본이 첩보위성까지 발사하게 되면 명실공히 정보대국이 되어 한반도는 더욱 더 발가벗겨지게 될 것이다.

북한은 더 이상 일본의 군사력 팽창에 빌미를 주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일본도 이러한 사건을 대외팽창의 구실로 이용하는 것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경민(한양대 교수,국제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