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나 홀로 원화 약세’… 高물가로 삶의 질만 끌어 내린다

‘나 홀로 원화 약세’… 高물가로 삶의 질만 끌어 내린다

Posted April. 27, 2023 08:28,   

Updated April. 27, 2023 08:28

日本語

원-달러 환율이 어제 장중 한때 1340.5원까지 치솟으면서 전날 기록한 올해 장중 최고점을 훌쩍 뛰어넘었다. 환율이 1340원을 넘은 건 작년 11월 28일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뱅크런 가능성이 제기됐던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서 예금이 많이 빠져나갔다는 소식에 달러화가 일시적 강세를 보이자 원화가치는 심하게 요동쳤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신용카드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등 우리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을 때마다 나타났던 ‘1300원대 환율’이 고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원화는 주요국 통화 중에서 유독 낙폭이 크다. 기준금리 인상이 조만간 끝날 것이란 전망에 ‘킹 달러’가 약화되는 추세인데도 그렇다. 지난 한 달간 원화는 아시아 11개국 중 필리핀 페소화 다음으로 하락폭이 컸다. 이 기간에 원화보다 가치가 더 떨어진 화폐는 필리핀 페소와 상습 채무불이행국인 아르헨티나 페소,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 루블 정도다.

‘나 홀로 원화약세’의 원인 대부분이 우리경제 내부에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선진국 중 무역의존도가 최상위권인 한국은 반도체, 대중(對中) 수출 위축으로 작년 3월부터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 4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발생한 무역적자가 연간 최대였던 작년의 56%를 넘었다. 한국은행은 수출 위축으로 벌어들이는 달러가 줄어든 걸 원화가치 하락 원인의 40% 정도로 본다. 수출의 20%를 차지하던 반도체가 부진에 빠지면서 감춰져 있던 한국 경제의 약한 기초체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다음달 4.75∼5.0%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릴 전망이다. 경기침체와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 3.5%로 2회 연속 동결한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사상최대인 1.75%로 벌어진다면 국내에 머물던 달러는 더 빠르게 유출될 수 있다. 리오프닝 효과를 기대했던 중국 경제의 회복지연도 약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1위 교역국인 중국의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한 원화가치를 끌어내렸다.

높은 환율은 큰 위기 때마다 한국 수출품의 해외 가격을 낮춰 수출도약의 발판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농산물·에너지·희토류의 수입비용을 높여 고물가로 한국인의 삶을 팍팍하게 만들고 수출 경쟁력까지 갉아먹고 있다. 강도 높은 구조개혁, 미래형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경제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펀더멘털 약화로 초래된 지금의 원화가치 약세에서 탈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