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올해 6월 북한에 북-미 정상회동을 제안하기 위해 판문점에서 확성기를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도 참여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북-미 판문점 정상회동은 이런 과정을 거쳐야 했던 셈이다.
1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6월 29일 오전 트위터로 방한 계획을 알리며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어 먼저 한국에 도착해 있던 비건 지명자에게 북한과 접촉할 것을 지시했다. 비건 지명자는 한국 정부에 도움을 구해 남북 간 ‘핫라인’(직통전화)을 빌려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북측의 응답이 없었다. 그러자 비건 지명자는 직접 판문점으로 가서 확성기를 들고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가지고 왔다. 대통령은 내일 여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한다”고 소리쳤다.
당시 이를 발견한 북한군 병사는 비건 지명자에게 다가와 “상층부에 전달해야만 한다. 메시지를 한 번 더 읽어 달라”고 부탁했고 그 모습을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월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통화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북-미 정상 간 핫라인 활용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멀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