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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영화에 이문세 '옛사랑' 삽입

Posted August. 29, 2019 08:10,   

Updated August. 29, 201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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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가요가 사상 처음으로 미국 장편영화의 메인 테마곡으로 쓰인다.

 웨인 왕 감독(70)은 다음 달 6일 캐나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하는 영화 ‘커밍 홈 어게인(가제·Coming Home Again)’에 이문세의 노래 ‘옛사랑’을 삽입했다고 28일 밝혔다. 왕 감독은 중국계 미국인으로 영화 ‘스모크’ ‘조이 럭 클럽’을 연출한 명장이다.

  ‘커밍 홈 어게인’은 재미한인교포 가족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작품. 원작은 재미 소설가 이창래 씨가 1995년 미 뉴요커에 기고한 동명의 자전적 에세이다. 헤밍웨이상, 펜 문학상을 수상하고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된 이 씨는 이번 영화 각본도 왕 감독과 공동 각색했다.

 한인교포 가족의 갈등을 다루는 극중에 노래 ‘옛사랑’은 주요 소재로 쓰였다. 영화는 주연 창래(저스틴 전)가 뉴욕 월스트리트의 촉망받는 직장을 관두고 샌프란시스코 집으로 돌아와 위암에 걸린 어머니(재키 정·한국명 정시내)를 돌보며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극중 어머니가 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회상 장면에서 ‘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었지’ 하는 이문세의 원곡이 스크린 위로 흐른다. 가족사의 질곡을 은유하는 중요 장면이다.

  ‘옛사랑’을 영화의 흐름에 꼭 필요한 곡으로 본 왕 감독은 작사·작곡가인 고 이영훈 씨(1960∼2008)의 외아들 정환 씨에게 직접 편지를 보냈다. 왕 감독은 편지에서 “저 역시 아시아계로서 아버님(이영훈)의 여러 곡은 제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수놓았다”며 “영화 속 부부의 지속되는 관계에서 갑작스러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하는 데 ‘옛사랑(Old Love)’이야말로 꼭 맞는 노래였다”고 썼다.

 왕 감독은 영화 ‘차이니즈 박스’(1997년) 촬영 때 홍콩 거리에서 들은 ‘옛사랑’에 대한 추억도 털어놓았다. 홍콩 출신인 왕 감독은 당시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는 미묘한 시점에 현지에서 느낀 감정, 지금은 고인이 된 슬로베니아 출신 촬영감독이 ‘옛사랑’의 멜로디를 따라 부르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 때문에 이번 작품에 ‘옛사랑’이 삽입된 것을 개인적으로 매우 특별한 일이라고 했다.

 이영훈 씨 유족 측은 감동적인 한인 스토리, 세계 시장에 고인의 노래를 널리 알릴 순기능을 고려해 사용권을 허락했다. 왕 감독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상영 때 영화의 엔딩크레딧에 ‘옛사랑’ 원곡 전곡을 삽입할 작정이다. 캐나다 토론토영화제에서는 이 대목에 할리우드 음악가가 변주한 ‘옛사랑’ 피아노 연주 버전을 싣는다.

  ‘커밍 홈…’은 왕 감독의 대표작인 ‘조이 럭 클럽’을 연상시킨다. ‘조이 럭 클럽’은 1993년 당시 출연진 전원을 아시아계로 꾸린 첫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로 큰 주목을 받았다.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중국계 이민 1, 2세대의 이야기를 다뤘던 그가 이번엔 인물과 배경을 한국계로 옮긴 셈이다. 주인공 ‘창래’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조연으로 나왔던 한국계 영화감독 겸 배우 저스틴 전이 연기했다.

 이번 작품은 토론토 월드 프리미어 이후 10월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 참가 여부도 논의하고 있다. 또 올해 하반기에 왕 감독이 직접 한국에 와 이영훈 씨 유족을 만날 계획이다.

 미국 제작사 측은 “어머니가 아들에게 갈비 같은 한국요리를 가르치며 소통하는 등 한국적 정서를 투영한 만큼 한국에서도 꼭 상영되기를 소망한다”면서 “한국 쪽 배급사를 구하고 싶다”고 본보에 전했다.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