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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 전처럼...종로에 울려퍼진 독립군가

Posted June. 09, 2018 08:41,   

Updated June. 09, 201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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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독립문의 자유종이 울릴 때까지….”

 8일 오후 2시 반팔 교복 차림의 학생 700여 명이 ‘독립군가’를 부르며 서울 종로구 종로3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손에는 ‘자유를 절규하면 자유가 생긴다’ 등이 적힌 흰색 피켓을 들고 태극기도 흔들었다.

 처음 의아한 표정을 짓던 시민들은 이들이 건넨 유인물을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박수를 치고 손인사를 하는 시민도 있었다. 유인물에는 ‘6·10만세운동 당시 격문’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1926년 6월 10일 일제에 저항하며 종로3가 일대에서 벌어진 만세운동을 학생들이 재현한 것이다.

 행사를 기획한 것은 중앙고등학교다. 중앙고와 6·10만세운동의 인연은 남다르다. 당시 일제의 탄압으로 거의 좌절됐던 만세운동의 불씨를 다시 살린 것이 바로 중앙고(당시 중앙고등보통학교) 학생들이었다.

 중앙고는 그동안 교내에서 행사를 열어 6·10만세운동을 기념했다. 올해부터는 6·10만세운동을 국가 기념일로 삼자는 역사 캠페인을 본격 시작했다. 이번 재현 행사도 캠페인의 하나로 처음 마련됐다. 김종필 교장은 “오늘 행사로 민족을 위해 투쟁한 선조들의 정신을 학생들과 시민들이 함께 느꼈을 것이다. 앞으로 학술 연구와 책자 발간, 포럼 개최 등으로 6·10만세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 열린 기념식에는 6·10만세운동 당시 격문을 뿌리며 구호를 선창한 이선호 선생(당시 중앙고보 5학년)의 아들인 이원정 씨(84)도 참석해 학생들을 격려했다. 이 씨는 “6·10만세운동을 국가 기념일로 삼기 위해 학교와 학생들이 나서줘서 기쁘고 고맙다. 역사적으로 소외됐던 6·10만세운동이 재평가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기범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