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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국과수 ‘신입 선생들’

Posted March. 17, 2018 07:30,   

Updated March. 17, 20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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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원 연구는 그냥 개인의 실험으로 끝나죠. 하지만 국과수 감정은 하나하나가 타인의 인생에 영향을 미칩니다.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법유전자과 조윤정 연구사(32·여)의 목소리에선 자부심이 진하게 배어나왔다. 조 연구사는 지난해 12월 국과수에 ‘입사’한 신입이다. 그는 삼수생이다. 면접까지 올라갔다가 두 번이나 떨어진 뒤 도전 세 번째 만에 합격했다. 조 연구사는 “아직 감정서를 직접 쓰지는 않지만 언젠가 내가 작성한 감정서가 수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진중하게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국과수에 채용된 직원은 조 연구사를 포함해 19명.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국과수 입성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국과수 신입직원은 일반 기업의 신입보다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다. 결혼을 하고 자녀까지 둔 신입직원도 많다. 대부분 의사나 약사 면허를 취득하거나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마친 뒤 입사하기 때문이다. 대학교수 자리를 박차고 신입직원으로 들어온 사람도 있다. 법안전과 이제현 연구사(39)도 늦깎이 신입이다. 물리학 박사인 이 연구사는 “학교에서 책으로만 배운 과학을 실제 현장에 적용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매력적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국과수 직원들은 호칭도 예의를 갖춘다. 신입직원을 ‘선생’으로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교통사고분석과 박정우 연구사(33)는 아직 ‘박 선생’으로 불리는 게 어색하다. 그는 외국계 자동차부품회사에서 일하다 국과수에 지원해 합격했다. 박 연구사는 처음 국과수가 교통사고까지 분석하는 줄 몰랐다고 한다. 어느 날 지인의 소개로 국과수에서 하는 일을 자세히 알게 된 뒤 꿈을 키웠다. 그는 “기존 회사보다 급여는 낮다. 하지만 20년 후 나의 모습을 떠올렸을 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 지원했다”고 밝혔다.

 국과수 입사 경쟁률은 생각보다 높다. ‘삼수는 기본’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2016년 경력직 채용시험 때는 의료기술 서기보 한 명을 뽑는 데 99명이 지원했다. 다른 직군의 경쟁률도 대부분 20 대 1을 넘는다.

 단, 예외가 있다. 법의관이다. 2016, 2017년 국과수는 법의관 채용공고를 4차례 냈다. 하지만 항상 지원자가 모집인원보다 적었다. 아예 한 명도 없던 적도 있었다. 지난해 11, 12월 지역분원 법의관 채용 때 지원자는 ‘0’이었다. 현재 국과수 내 법의관 정원은 47명. 근무 중인 법의관은 31명이다.

 법의관 지원이 적은 건 급여와 열악한 근무여건 탓이 크다. 법의관은 의사면허가 있어야 지원 가능하다. 국과수 법의관은 평균적으로 일반 의사 수입의 70% 정도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의관 1명이 담당하는 부검업무는 연간 250여 건이다. 스트레스가 심하다 보니 지난해에만 법의관 5명이 국과수에서 퇴직했다. 들어오는 사람은 없고 나가는 사람만 있으니 남은 사람은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과중한 업무와 심각한 인력난 등이 중증외상센터와 판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영식 국과수 원장은 “법의관 연봉을 국립대병원 수준으로 올리는 한편 법정에서 부검과 관련된 증언을 할 경우 전문가 직급에 맞게 출석수당 지급 같은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