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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미네이터-매트릭스처럼... AI가 인류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데

영화 터미네이터-매트릭스처럼... AI가 인류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데

Posted September. 16, 2017 09:02,   

Updated September. 16, 20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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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차 대전은 북핵보다 인공지능(AI) 경쟁 때문에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를 통해 이런 주장을 펴면서 ‘AI 위협론’이 다시 불붙었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와 민간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 등 최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기업을 이끌면서도 유독 AI에 대해서는 ‘독설’을 쏟아내고 있어 ‘AI 회의론자’를 넘어 대표적인 ‘AI 위협론자’로 꼽히고 있다. 그는 “국가 차원의 AI 우월성 경쟁이 3차 세계대전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선제공격이 승리할 가능성이 가장 큰 방안이라고 AI가 결정할 경우 전쟁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머스크 CEO의 대척점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있다. 그는 머스크 CEO의 주장에 대해 “AI가 세상의 종말을 초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어떤 점에서는 그런 발언이 매우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며 대놓고 그를 ‘저격’했다. 그는 덧붙여 “기술은 늘 좋은 곳에도, 나쁜 곳에도 사용돼 왔다. 그러니 어떤 일이 일어날지 미리 생각하기보단 어떻게 사용할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기술에 대한 가치중립적인 시각도 드러냈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그룹을 이끄는 에릭 슈밋 CEO도 “AI가 인간을 넘어서고 지배한다는 생각은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오는 일”이라며 “AI가 가져올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어떻게 잘 쓸 것인지 생각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AI에 대한 대중의 의구심과 경계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마도 가장 큰 원인은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비춰진 AI가 지구를 파멸시킬 정도의 무시무시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터미네이터’ 시리즈. ‘스카이넷’이라는 AI는 자기 존재를 인식하자마자 핵무기를 발사해 인류 문명을 파괴하고 기계들의 세상을 만든다는 내용이다. 인간들은 저항군을 조직해 기계에 대항하지만 역부족으로 그려지고, 유일한 희망은 타임머신을 타고 스카이넷의 탄생을 저지하는 것뿐이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내용은 더 충격적이다. 기계와의 대결에서 패배한 인간이 기계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전력공급원으로 전락한다는 내용. 기계가 제공하는 가상현실에서 벗어난 ‘깨어 있는’ 일부 인간은 역시 저항군을 조직하지만 늘 힘에 부친다. ‘A.I.’나 ‘바이센테니얼 맨’ 등 AI를 인간보다 더 따뜻한 존재로 그린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이 없는 기계에 대한 두려움은 대중에게 강력한 이미지로 각인됐다.

 국내에서는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서 패배하면서 본격적으로 AI에 대한 공포감이 퍼지기 시작했다. 알파고에 고개 숙인 이 9단의 모습에서 영화 속 무력한 인간의 모습이 떠오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머스크 CEO의 주장이 극단적인 면은 있지만 AI 시대가 가져올 정치적·윤리적 논쟁 등에 대비할 필요는 있다고 말한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AI가 인류를 위협할 수준이 되려면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이 아직 높다”면서도 “유럽을 중심으로 ‘윤리의식’을 코드화해야 한다는 논의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인문·사회학자들의 참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성규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