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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한국 농구대표팀 감독

Posted August. 30, 2017 09:37,   

Updated August. 30, 201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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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로골절? 그런 거 알지도 못 했어. 발목을 삐었다고? 붕대 사다 묶고 뛰는 거지.”

 허재 한국 농구대표팀 감독(52)은 사석에서 가끔 선수들에게 이런 얘기를 한다. ‘농구 대통령’ 허재는 그렇게 선수 생활을 했다. 손뼈가 골절되고 이마에서 피가 흘러도 코트를 지켰다.

 “아유, 요즘 그렇게 하라고 하면 당장 감독 그만둬야 될 걸요?(웃음) 지도자 생활을 해보니 신인들의 마인드가 매년 달라지고 있음을 느껴요. 그럴수록 소통이 중요하죠.”

 한국(세계랭킹 30위)은 최근 레바논에서 막을 내린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 3위를 했다. 직전 2015년 대회에서는 6위에 그쳤지만 농구 강국 호주(10위)와 뉴질랜드(20위)가 새로 합류한 올해 예상을 깨고 메달권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4강에서 이란에 81-87로 아쉽게 져 14년 만의 결승 진출이 무산됐지만 지난해 9월 1.5군으로 구성된 이란과 두 차례 만나 47-85, 47-77로 참패한 것을 생각하면 괄목할 만한 발전이었다.

 “경기를 치를수록 선수들이 주장 오세근(KGC)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습니다. 무엇보다 키가 크고 강한 상대를 만나도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을 얻은 게 큰 소득이죠.”

 허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카리스마’로 유명했다. 2005년 프로농구 KCC 사령탑을 맡은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심판들과 언쟁하는 일도 많았던 그가 많이 달라진 듯 보였다.

 “예전에는 ‘나만 따라 와’가 카리스마라고 생각했죠. 구성원들의 자발적 행동을 이끌어내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건데…. 잘못된 것은 혼을 내서라도 잡아줘야 하지만 맞출 건 맞춰야죠. 지도자를 하며 내 생각부터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는 대회 기간 동안 선수들의 긴장감을 풀기 위해 애를 썼다. 자신의 방에서 함께 고기를 구워 먹으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고, 슛 쏘기 경기를 해 이긴 팀에는 용돈을 주고 진 팀은 달리기를 시키는 등 훈련과 재미를 동시에 챙기기도 했다.

 2014∼2015시즌 도중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KCC를 자진 사퇴한 허 감독은 한동안 야인으로 지내다 지난해 7월 국가대표 전임감독이 됐다. 프로 감독 시절에 비해 수입이 얼마나 줄었느냐고 묻자 그는 “대표팀은 명예로 하는 거지”라고 말했다.

 허 감독은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3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은 인물이다. 마지막으로 나갔던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한국 남자 농구는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도 가는 길이 험하다. 32개국이 참가하는 내년 중국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 가운데 1위를 하거나 올림픽 최종 예선에 4위 안에 들어야 한다.

 “감독으로서도 나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죠. 그래도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필리핀, 대만, 일본은 물론 여러 중동 국가가 귀화 선수를 앞세워서 코트를 장악하고 있거든요. 상대도 귀화 선수가 없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지만…. 한국농구연맹(KBL)과 농구협회가 노력하고 있으니 기다려 봐야죠.”

 허 감독의 장남 허웅(24·상무)은 이번 대회 뉴질랜드와의 3·4위전에서 팀 최다인 20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대표팀 예비 명단에 포함됐다 빠진 차남 허훈(22·연세대)도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1순위가 유력한 실력파다. “두 아들이 아버지보다 잘하는 것 같은가”라는 우문(愚問)을 던졌다. 잠시 고민하던 허 감독이 미소를 띠며 답했다. “둘의 장점을 합치면 나만큼 하지 않을까요?”



이승건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