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 건너 신의주에는 대형 미끄럼틀이 설치된 야외수영장에서 주민들이 수영을 즐겼다. 밤에 에어로빅을 하는 중년 여성들도 보이는 등 의도적으로 여유 있는 모습을 연출하려는 흔적이 역력했다. 보트를 타고 상류 쪽으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북한으로 접근하자 허름한 초가집에서 나와 강가에서 방망이로 빨래를 두드리거나 소를 끌고 가는 노인의 모습이 보였다. 동행한 중국인은 “1970년대 중국 모습 같다”고 말했다.
외면적인 평온함 속에 변화도 감지됐다. 미국이 지난달 중국 단둥은행을 ‘자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한 뒤 암거래상을 통해 위안화를 미국 달러로 바꾸려는 북한인들이 늘어난 것이 대표적이다. 단둥 시내 곳곳의 은행 앞에 진을 친 암달러상들에게 “북한 사람들도 달러를 바꾸러 오느냐”고 묻자 “요즘 부쩍 늘어난 것 같다”고 대답했다. 현지 소식통은 “북한의 달러 수급창구였던 단둥은행 제재에 일본까지 동참해 은행 대신 암달러상을 통해 달러를 바꾸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군부나 보위부 등이 운영하는 단둥 내 10여 곳의 북한 식당도 달러벌이에 혈안이 돼 있었다. 27일 단둥의 P식당을 방문했을 때 북한 종업원들은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위안화)만 고집했다. 중국의 은행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벌어들인 외화를 현금으로 북한에 반입하기 위한 것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귀띔했다.
지난해 북한 당국이 한국인 손님을 받지 못하도록 했지만 “조선족이라 하고 들어오면 된다”는 식당이 생겨난 것도 변화다. 한국인의 출입을 금지한 뒤 매출이 급감하자 슬그머니 한국인 출입을 묵인하고 있는 것이다. 29일 한 북한 식당에서 만난 여종업원 이모 씨(25)는 능숙한 중국어를 구사하며 주문을 받았다. 그는 “오후 10시에 퇴근하고 퇴근 후에는 밖에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정동연 call@donga.com